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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Feb 23. 2022

상실한 지난날을 충분히 애도하고 아파하세요

그게 최선을 다한 나날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예요

최근에 무거운 글만 쓰느라 좀 지치기도 하고 사실 이제는 상처받은 마음을 많이 회복해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이혼 과정에서 위로가 된 말들>을 작성했는데요. 예상을 못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고 Daum 모바일 홈&쿠킹 최상단에 소개되면서 이틀 동안 약 4만 5천 분이 조회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찾아 주신 분들께 좀 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최근 심리상담을 하면서 위로가 된 조언을 써보려고 합니다. ^^




- 선생님,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오른 뒤로 모든 게 너무나 혼란스러워요. 더군다나 제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무의식 중이었지만 부모님의 영향력이 엄청났다고 생각하니 원망하는 마음도 들고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새도 가끔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프고 그래요.


- 세정 씨는 지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 맞아요.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옳고 그름, 잘잘못을 떠나서요. 그래서 저는 떳떳하고 별로 미련도 없어요. 결혼생활 내내 충실했고 진심을 다했고, 그 사람이 자신은 아무런 노력할 생각이 없다며 이혼하자고 할 때도 저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까요. 미련이 있을 수가 없죠.


- 그러니까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그것이 최선을 다한 내 지난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무려 7년이었잖아요. 그럼 서서히 완전히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도 7년 정도는 걸리지 않겠어요.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어도 빨리 털고 씩씩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게 멋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계속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고 위로하는 것도 용기 있고 멋진 행동이에요.


여전히 아프고 슬픈 감정이 ‘최선을 다한 내 지난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말이 저는 참 좋았어요. 이 말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예전보다 제 감정을 잘 헤아린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제가 멋지다고 믿고 있는 얼른 훌훌 털고 밝은 모습을 한 제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 선생님,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계속 눈물이 나면 그냥 울고 잡생각이 들면 생각을 하고 또 멍하니 있고 싶으면 멍하고 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되나요.


- 그럼요. 세정 씨는 뭔가 자꾸 해결하고 싶으시군요.


- 맞아요. 이혼의 상처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심리상담도 받고,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간간히 지인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요. 저 자신을 치유하려는 활동들이에요.


- 글을 쓰는 건 좋지요. 생각도 정리되고 스스로 위로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글을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고 해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이니까 어쨌든 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죠. 


- 아…… 그러네요. 저는 뭔가 여전히 제 이혼의 타당성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던 것 같아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는 뭔가 혼자서 있는 시간, 좀 더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외로운 감정을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SNS 하는 시간도 줄이고요.


- 말씀하신 활동들도 하시면서 고독한 시간도 갖고. 다 같이 가는 거죠.


아마도 저는 제가 이사를 가고 전세금 일부를 남편 계좌로 입금하고 이혼 확인서를 구청에 접수해서 이혼 절차를 완료할 때 ‘이제는 정말로 끝’이라며 모든 것을 마무리 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이혼 절차를 끝낸 것이지 사람의 감정과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뚝 끊어지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마음이 조급해진 거죠. 좀 더 제 지난 시간을 애도하며 ‘그동안 참 애쓰고 고생했다. 잘 견디고 헤쳐나가서 대견하다’라고 저 자신을 다독여야겠습니다. 고독을 견디는 시간만큼 더 단단해지리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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