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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r 06. 2022

구청에 이혼신고를 하고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조금 두려워하고 많이 기대하고 싶습니다

마침내 엊그제 법적 서류 정리를 마쳤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현재 법적으로 배우자가 없는 미혼 상태입니다.

그제 오전에 구청에서 친절하게도 ‘귀하께서 제출하신 이혼신고서가 처리 왼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알림 메시지로 처리 경과를 안내했습니다.

그날 오후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일반)을 발급받았는데 어디에도 배우자를 기록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 혼인관계증명서(상세) 문서에는 혼인과 이혼 신고일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문서를 얻으려고 그간 해질 대로 해진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이혼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울컥할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괜히 시비 붙어서 좋을 것 없다. 괜히 자극해서 좋을 것 없다. 이제껏 참았는데 몇 주 더 못 참을까. 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하다’라고 애써 널뛰는 감정을 다독거리며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이제 바랐던 대로 법적 이혼 절차는 전부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주는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고된 한 주였습니다.

이사를 했고 전세금 일부를 前 남편에게 돌려주고,

짐 정리도 다 마치지 않았는데 금전적 관계를 청산하자마자

혼자 구청에 가서 이혼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실 법원에서 이혼의사확인서는 이미 한 달도 전에 발급받아서

바로 구청에 이혼신고를 하고 법적 부부관계를 끝맺고자 했는데,

당시 남편이 또 어떻게 알고는

이혼신고를 먼저 하고 자신이 전세금을 나중에 돌려받으면

이제는 우리가 부부이자 가족이 아니기에 양도세가 발생한다며

이혼 절차를 다시 법원에 서류를 접수하는 첫 단계부터 시작하자는 통에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릅니다.


누구보다 이혼을 원한다는 사람이 뭔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을 때

‘그렇다면 이혼을 미루자. 나는 미뤄도 상관없다.

(별거 중인데) 나는 다시 이 집에 들어와도 상관없다.

불편한 건 네 사정인지 이제 내가 알 바 아니다.’

라고 말해서 얼마나 당혹스럽고 어이가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심지어 이혼 절차도 너무나도 가볍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고 말하니

이미 신뢰를 바닥을 친 사람이라

이러다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는 건 아닌지,

나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아서

우물 저 깊숙이 추락했다가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이제 겨우 이혼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카맣게 타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밤낮으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를 않는데

대수롭지 않게 이것을 다시 하자라고 하니

‘제발, 그런 일만은 벌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하늘에 빌면서

가슴은 갑갑하고 입이 바짝 말랐습니다.


협의이혼절차를 꼼꼼히 다시 읽어보니 법원에서 확인을 받은 뒤

3개월 내에 구청에 신고하면 된다고 해서

다행히 법원에서 원래 지정한 확인 기일에 출석했고

제 이삿날까지 한 달 넘게 구청에 이혼 신고할 날을 입맛이 쓴 채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또 예상치 못하게 여러 행정 절차를 맞추느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법적 부부관계를 한 달 넘게 유지했습니다.




협의이혼 절차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관할 가정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서와 필수 서류를 제출한 뒤 이혼숙려기간(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 그렇지 않은 경우 1개월)을 보냅니다. 법원에서 지정한 협의이혼의사확인기일에 부부 두 사람이 출석하면 판사는 이혼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이혼의사확인서’를 발급합니다. 법원 출석이 끝이 아니라 이 확인서와 별도 문서인 ‘이혼신고서’를 작성해서 3개월 이내에 구청 등에 이혼신고를 해야 비로소 이혼이 성립되고, 구청에 제출할 때는 한 사람만 가도 됩니다. 다만, 이혼신고서에 배우자 서명란에 반드시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혼인 신고는 서류 작성해서 제출만 하면 성립하는데, 국가에 이혼을 인정받으려면 왜 이리 절차가 복잡다단하고 지지부진할까. 역시, 결혼과 가족은 국가가 국민을 묶어서 관리하기에 최적화한 최소단위이자 제도구나(이것이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니까 결혼은 쉽게 인정하면서 이혼은 절차를 까다롭고 복잡하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물론, 이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매우 큰 일인만큼 이런 절차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여지를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결혼도 큰 일인데 이혼과 마찬가지로 뭔가 더 절차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이렇게 또 지난한 시간을 지나서

마침내 구청에 신고를 하러 갔는데

때마침 풋풋하고 서로 바라만 봐도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다정한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혼인신고를 하고 뒤이어 저는 이혼신고를 할 그 창구가

마침 한때 부부였던 우리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그 창구였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절실히 바랐던 순간이고

행정 절차로 서류를 제출만 하면 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날 구청에 오기 직전까지 이른 아침부터 혼자 이사(포장이사)를 하고

너무 지쳤던 모양입니다.

제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떳떳한데도

‘내가 이혼신고를 할 때 근처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바랐습니다.


한편, ‘대체 그 사람은 결혼을 준비할 때, 결혼기간 동안 그리고 이혼을 진행하는 동안 대체 뭘 했을까. 자신은 이혼을 원한다고(그러면서 결혼생활 유지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 아예 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어떻게 해도 자신이 변할 일은 거의 없다고) 말만 했지 이혼 절차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한 것도, 전셋집을 처분한 것도, 심지어 내가 원래 살던 집에 계속 살고 있는데, 서로의 짐은 섞여 있고, 나 없는 집에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그 사람을 혼자 들여서 짐을 챙겨가라고 할 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10개 상자가 넘는 그 사람 이삿짐도 내가 다 포장하고, 같이 찍은 사진도 내가 다 버리고, 결혼식 대형 액자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몰라서 친구들 도움을 받고, 결혼할 때 그 사람이 갖고 온 가구도 내가 다 차분하고, 그 와중에 내가 살 집도 알아보고 내 이사 준비도 하고……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처리하기로 한 인터넷 해지 하나도 미루고 미루다 처리를 못해서 이사하느라 정신없는데 결국 내가 또 기사님과 통화하고…… 따로 산 지가 벌써 몇 달인데 아직 전입신고도 안 해서 내가 이사를 마치고 전입신고할 때 난감한 상황을 만들고……’


너무 지쳐버렸는지

집에 돌아와서

마침 이사한 집에 찾아온 동생을 붙들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정말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이삿짐 정리도 거의 다 했고

새로운 동네에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요.

이혼신고는 하면 바로 처리되는 줄 알았는데

전산에 반영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더니

나흘 정도 걸렸습니다.

마침 정리된 문서를 확인하고 싶어서

주민센터에 갔더니

사전투표도 하고 있길래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도 마쳤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홀로서기네요.

조금 두려워하고 많이 기대하려고 합니다. 

또 조금만 더 아파하고요.

상처가 조금만 더 아물 때까지만요. : )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이혼/가족 관련된 글도 '이제 이 정도면 다 털어놓았다'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써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면 나중에 또 제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읽고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글에 남겨주신 댓글도 꼼꼼히 다 읽고 위로 받고 있는데, 조금만 더 제 마음을 추스리고 남겨주신 댓글에 하나씩 제 마음을 표현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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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브런치에 연재한 결혼 관련 글 중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글을 모아서 <드디어 며느라기 해방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크몽 전자책으로 출간했습니다. 브런치 글을 기반으로 덧붙이고 발전시켜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결혼/부부/가족 나아가 이혼과 비혼에 관한 생각을 크몽 전자책으로 만나보세요! 관심 있으신 분은 https://kmong.com/gig/394554 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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