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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l 22. 2022

갑자기 찾아온 이별(이혼)을 잘 견뎌내는 방법

이혼한 지 6개월째에 드는 생각들

이번 주에는 저녁 8시 즈음엔 책을 읽습니다.

해가 진 어둠은 그대로 두고, 책을 읽는 언저리만 살포시 조명을 비춥니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이고, 독서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을 배경음악 삼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저와, 오로지 저 자신만이 남겨진 시간입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충만한 시간입니다.

책을 쓴 작가나 소설 속 주인공과 어우러져 내면의 대화를 이어가지만,

책에 집중하기보다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거나 일기 쓰기가 빈번해서 때때로 곤란할 때도 많습니다.




문득, 7년간 ‘연애’를 했는데 그사이 결혼과 이혼이라는 희한하고 악몽 같은 이벤트가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 3년 끝에 결혼을 하고, 결혼 4년 끝에 이혼을 한 것이 아니라 말이죠.

연애 끝에 헤어지면 이별인데 결혼 끝에 헤어져서 이혼이라는 생각은 저에게 아이가 없어서 할 수 있는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연애든 결혼이든 이별이든 이혼이든 낱말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온전히 사랑하고 무한히 믿었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사실’에서 전부 같은 말입니다.


누구보다 다정했고 한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처음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인데, 나는 좀 더 이른 나이에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삶의 종착역은 죽음이기에

나이가 들어서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다른 한 사람은 세상에 홀로 남겨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식이 있더라도 장성한 자식이 결코 한평생을 함께한 배우자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해서도 안 되고요.

사별과 이혼을 완전히 동일선상에 둘 수는 없지만,

홀로 남겨진 제 처지를 이런 생각으로나마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눈물이 멎지 않을 만큼 사무치게 고통스럽고

세상에 나 혼자만 휑뎅그렁하게 남은 것 같아서 몸서리치게 외로운 순간을

누구나 한번 즈음은 겪으며 살아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캄캄하기만 한 시간들이 조금은 견딜만해졌습니다.




어느덧 이혼한 지 6개월이 되어갑니다.

이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만큼

결혼과 이혼 모두 아련함 꿈처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곱씹어도 좋았던 순간보다 제 인생에서 ‘최악’인 순간이 많은 징글징글한 결혼생활이어서

여전히 다 아물지 않은 각인된 상처가 마치 트라우마처럼 드문드문 올라오지만

얼마 전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넋 놓고 한동안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처럼 잊고 싶은 기억들은 옅어지며, 점점 더 치유된다고 느낍니다.


때로는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그들이 불쌍하고 참 안됐기도 합니다.

같잖은 제 우월의식에 기반한 연민과 동정이라고 잘 알지만,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감정의 부스러기가 아직은 남아있어서

‘나는 그들과 달라’라는 오만한 생각에 조금만 더 기대서

제 자존심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내 보려고 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저라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를 함부로 대한 그들에게

우월의식을 느끼는 시간이 조금만 더 허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보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해서

외롭지 않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혼자라는 생각에 아무리 따뜻한 이불을 덮어도 오한이 들어 온몸이 덜덜 떨릴 만큼

뼛속까지 시린 외로움이 찾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바쁘고 즐거운 일과 중에 지금도 문득, 외롭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다만 지독하게도 외로운 시간을 홀로 버티며 견디고 나니

이제는 외로운 감정을 예전보다는 잘 다스리게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선지자나 작가들이 말하던

고독한 시간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에 좀 더 다가선 기분입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롭다’는 말이 있던데,

이 말을 좀 바꿔보려고 합니다.

‘혼자 있으면 고독을 음미하고, 같이 있으면 새롭게 배운다’라고요.

혼자 있으면 나 자신과 대화하며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같이 있으면 상대방과 관계 속에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이제야 혼자서 잘 지내는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잘 지낸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단순히 게임이나 각종 영상 등 오락거리를 소비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흘려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서 대화하는 일에 익숙하고,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서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현재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투명한 거울 같은 인간관계를 많이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한층 풍요로운 인생을 가꿔 나가기에는 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일까’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족? 친구?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사라진 오랜 연인만큼 가까운 관계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생각은 돌고 돌아서 문득, ‘나 자신’이라는 대답에 다다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멋진 사람들이 많지만

그 누구도 나 자신보다 소중하고 가까울 수는 없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타인과 세상을 향한 제 온전한 마음이 커져가는 기분이 드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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