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결혼과 연애는 사랑이 아니다 12화

라이킷 35 댓글 4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마일펄 Jun 10. 2024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있을 때

사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은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감정을 요동치고 불편하게 하는 (성격, 성향, 사회계층, 가정환경, 국적, 가치관 등이) 자신과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배우자나 연인처럼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매일 부딪쳐야 한다면, 가능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안정적으로 오랜 관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서로 간에 친밀감만으로 유지되는 친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절반 정도 섞어서 두루두루 사귀는 편이, 배우자나 연인처럼 오랜 친밀감과 헌신까지 기대하는 관계라면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해고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지? 내 성격은? 충동적인가? 참을성이 많은 편인가? 내 성향은? 성취지향적인가? 잘 포기하고 합리화하는 편인가? 얼마나 보수적이지? 성장과정은? 어른들에게 반항적이었나? 순응하는 모범생이었나? 부모님과의 관계는? 부모님은 엄격했나? 수용적이었나? 폭력적이었나? 내 소비 습관은? 돈은 얼마큼 벌고 싶지? 나의 꿈은? 나의 목표는? 나에게 소중한 것들은? 내가 두려운 것은? 나의 장점과 단점은? 그리고 약점은? 부러운 것은? 질투 나는 순간(또는 사람)은? 나의 열등감은? 나의 자부심은? 내가 행복한 순간은?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참기 힘든 것은)?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현재 나의 한계는? 올해 또는 몇 년 안에 성취하고 싶은 것은?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이 보이고 겉으로 드러난 이면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신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나 영역, 자신의 한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객관화, 자기 분석과 통찰을 거쳐서 세운, 나에게 어울리는 ‘나 맞춤형 이상형’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나의 예시로 참고하되 여러분만의 이상형 나침반을 설정하기를 바란다.

1. 독서를 즐기는 사람

: 우선 내가 책을 좋아하고, 예전에는 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오죽하면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글 쓰는 직업을 선택했을 만큼 여전히 책을 사랑하며, 책은 곧 나의 일상이기도 하다.

: 예전만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동네서점이나 도서관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사람이다. 책에서 다양한 세상과 사람, 세상을 접하고, 위대한 사상을 알아갈수록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편견과 편협합을 인정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 독서를 즐기는 사람과는 평생 대화거리가 끊이질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단,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사람이다. 이해한 것과 이해하지 못한 것을 구분해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거나 피상적으로 읽고서 과시하고자 얕은 지식을 아는 체 뽐내는 사람이 아니다.

2.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

: 2년 동안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며 운동의 즐거움과 효과, 신체의 변화를 느낀 뒤로 운동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운동의 효과를 아는 사람이 좋아졌다.

: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건 모든 일의 기본인 체력과 자기 관리를 하고, 성실함과 끈기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 100세 시대에 운동을 습관화하고 자기 건강을 챙기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에 관심이 있는 만큼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다.

: 단, 운동과 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운동 중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3. 건전한 취미가 있는 사람

: 운동과도 연관되는데 취미가 있다는 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고, 화(분노),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 스스로 건전하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일 이외에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의 활력 수준이 높고, 마음과 생활에 여유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역치가 높은 사람(같은 압박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극에 덜 민감함)일 가능성이 높다.

: 연인(부부) 간의 갈등이란 서로가 잘못하고 나빠서라기보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처한 상황(업무와 인간관계 등)에서 스트레스가 심하고 에너지 수준이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방이 자기감정을 헤아리고 정서적으로 돌봐주기를 바라며 서로 상대방에게 의존하려고 할 때, 이때 소모적인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서로 좋아하고 존중하는 사이라도 한여름 무더위에는 옆에 붙어 있지 말고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때는 거리를 두는 것이 존중이고 배려이다. 한여름 무더위에는 사랑하는 애인이 아니라 에어컨이나 시원한 계곡과 바다가 훨씬 쓸모 있다.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정서가 높아졌을 때 안정적인 에어컨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배우자나 연인이 아니라 몰입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다.

: 단, 게임이나 스마트폰, 음주, 쇼핑, SNS, 야식(배달 음식)처럼 스트레스를 달래고자 평소에 도파민을 즉각적인 보상으로 얻는 중독되기 쉬운 소모적인 활동 외의 생산적이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 그렇다고 어떤 거창하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나는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떠올려 본다. 내 경우 우선 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둘레길 산책을 하거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햇빛이 잘 드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멍하니 음악을 듣는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기분전환을 할 때도 있고, 동네책방에서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볼 때도 있으며,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을 때는 국내외 여행을 가기도 한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인 일기 쓰기도 좋아하는 활동이다.

독서를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전한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니! 외모, 경제력, 직업, 가정환경, 학력 등의 사회적 조건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독서를 즐기고 체화할 정도의 능력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단편적인 정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출 만큼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몸매와 피부가 좋을 것이고,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거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업무 강도가 높은 한국에서 그나마 심리적,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보수가 좋고 근무 환경이 안정적인 직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독서, 운동, 취미 세 가지 활동은 꾸준함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성취감을 경험했을 때 지속할 수 있는데, 근면과 끈기, 반복된 보상의 생활 패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확률이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돈)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가치관을 비판하는 근거로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을 단편적으로 비교한 내용이 화두였는데,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

- 부채 없는 아파트 300평 이상 소유

-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차 보유

-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 해외여행 일 년에 1회 이상 다니기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

-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기

- 직접 즐기는 스포츠 익히기

- 악기를 하나 이상 다루기

- 손님을 집에 초대했을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있을 것

-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글자 그대로 내용을 비교하자면 프랑스는 잘 산다는 기준을 문화적 소양을 얼마나 잘 갖췄는지, 우리나라는 경제적 조건을 얼마나 잘 충족했는지로 판단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언급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기본적으로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양질의 교육이 제공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또는 가정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려면 착하고 선한 마음도 있어야 하지만, 사리를 분별할 수 있도록 가정 또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심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집도 없고 직업도 없고(보수가 적고) 통장 잔고도 없는데, 외국어와 스포츠, 악기, 요리를 배우고, 사회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넓은 집과 높은 급여, 좋은 자동차, 넉넉한 통장 잔고(한국의 중산층 기준)가 있다고 문화적 소양이 높고 약자를 돕는 건 아니지만(프랑스의 중산층 기준), 나는 사실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을 정리한 내용의 함의가 얼마나 다를지, 정서적인 성숙도를 떠나서 최소한 이 기준을 충족한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생활수준은 비슷하지 않을지, 오히려 경제적인 요소 이상의 정신적인 영역까지 충족해야 하는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이 더 높고 까다롭지는 않은지 – 이 정리한 표를 볼 때마다 늘 의문이었다.

독서를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전한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듯한 연인 또는 배우자의 조건은 문화적 소양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경제력과 직업, 교육 수준, 가정환경 등의 사회적 조건을 함축하고 있는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매우 까다롭고 높은 기준인 셈이다.

돌아보면 전 배우자는 독서와 운동, 취미 중 하나의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부터가 출판사에서 근무할 만큼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단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고, 그때는 운동의 중요성을 알면서도(매일 '운동해야지' 말만 하며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으며, 건전한 취미의 효용과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딱 그만큼, 내 수준에 맞는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피상적인 독서를 하고서 얕은 지식을 뽐내며 잘 보이고 싶고 주도권을 잡고 싶은 마음에, 그럴 듯하게 말을 지어내는 허세를 부리는 사람인지 골라내는 안목을 갖춘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기준은 자신이 우선 독서와 운동, 취미의 진정한 효용과 가치를 경험한 사람이라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들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