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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n 17. 2024

장기 연애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의 심리

그럼, ‘결혼은 언제 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은 지인의 일화를 각색하고 나의 상상력을 가미한 아영과 상우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smilepearlll/401)


# 1

아영과 상우는 연애 10년 차 장기 연애 커플이다. 두 사람은 지인의 초대를 받아 결혼식에 참석했다. 연애를 오래 한 만큼 서로 아는 겹치는 지인도 많아서 이 둘에게 결혼식 동반 참석은 별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본식이 끝나고 피로연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최근에 결혼한 예주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결혼 안 해? 연애한 지 오래되지 않았어?”


10년을 연애했지만 두 사람에게 결혼 의사를 물어본 이는 처음이었다. 지인들에게도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하는 이 둘의 모습이 익숙했고, 안정적인 관계를 잘 유지해 왔기에 결혼이란 두 사람이 알아서 할 문제이며,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또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똑똑하고 성숙한 두 사람이 자기들 문제는 알아서 잘하겠지 넘겨짚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영이 물었다.


“상우 씨, 아까 피로연장에서 예주가 한 말 어떻게 생각해?”

“무슨 말? 결혼 어쩌고 한 말?”

“응,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같이 결혼 얘기를 해본 적이 한번도 없더라고.”


잘 맞아서 오래 사귀고 있어서 서로 속속들이 다 알 것 같은 장기 커플이 의외로 결혼에 대한 언급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지인들에게도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익숙한 것처럼 이들에게도 안정적인 연애 상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상우가 대답했다.


“너도 결혼에 관심 없는 거 아니었어? 너도 나처럼 결혼에 부정적이고 비혼주의인 줄 알았지. 그래서 결혼 얘기를 안 하는 줄 알았지.”

“아닌 거 같아. 나는 그냥 결혼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그런데 지금 보니까 나도 결혼을 하고 싶었던 거 같아. 상우 씨, 우리도 결혼할래? 나…… 상우 씨랑 결혼하고 싶어.”

“……”


상우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은 계속 침묵만이 이어졌다.


# 2

‘아영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우리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내 인생에서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솔직히 평생 한 사람과 함께 살며 헌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네가 싫다거나 마음 내킬 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자유연애를 꿈꾼다는 건 아니야. 너도 잘 알다시피 내가 바람둥이, 그런 성향은 또 아니잖아. 그냥 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결혼은 나에게 구속과 속박으로 느껴져.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결혼에는 자신이 없다. 미안해, 아영아.’


# 3

아영은 우울했다. 자신이 불현듯 꺼낸 결혼 이야기가 이별로 이어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10년의 사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서로 사랑하고 잘 맞으면 결혼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는 이미 10년 넘게 헌신한 사이이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날 것도 아닌데, 결혼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진다고…… 결혼이 뭐가 그렇게 구속이고 속박이라고 나를 차버리냐? 아영은 상우가 야속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결혼 언급을 하지 말 걸 후회했다. 아영은 상우가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별의 모든 순간이 고통스러웠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괜찮은 척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흘렀다. 외로움에 사무치고 상우가 보고 싶었다. 휴대폰에서 상우의 연락처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고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자꾸만 요동쳤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아영의 슬픔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고 다른 사람들과도 즐겁게 잘 지냈다. 일에도 다시 의욕적으로 몰두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운동을 시작했고, 예전부터 눈여겨본 새로운 모임에도 참석했으며,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도 다녔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 이후로 연애를 하지 않고 완전한 솔로인 건 처음이었다. 연애와 연애 중간에 두세 달 혼자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기는 처음이었다. 인간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나?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꼈다. 자신도 상우를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동안 맞추고 배려하느라 서로 얼마나 신경 쓰고 구속돼 있었는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얼마나 애를 썼는지 새삼 깨달았다.


8개월이 지났을 때, 상우에게 예상치 않은 연락이 왔다.


*다음 글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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