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47
‘꿈꾸는 담쟁이’라는 필명으로 살아간다. 담쟁이는 잎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벽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 잎들에 꿈을 담고 싶어 ‘꿈꾸는 담쟁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처음엔 영어 닉네임이 ‘Ivy’여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이름이었다.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하나의 이름을 만드는 재미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러면 나를 표현하는 명화는 무엇이 있을까? 집에 있는 도록들을 찾아봤다. 5칸 책장 하나가 도록으로 가득 채워진 도록들을 모두 꺼내서 하나씩 넘겨본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를 찾다보니 발견했다.
알폰스 무하의 IVY이다. 담쟁이를 머리에 감싸고 있는 여인의 눈빛이 예뻤다. 그림 속 여인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인 매력을 만들고 싶어서 선택한 명화였다. 도록 옆에 포스트잇이 붙여있다. “원형은 비잔틴 문양의 모자이크로 구성, 담쟁이 잎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영원 불명한 삶을 상징.”. 신혼여행때 체코 프라하에 있는 무하 박물관에 갔었다. 그때 도슨트의 설명을 적어놓은 메모였다. 담쟁이에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를 생각하면서 내 담쟁이 꿈들은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이거다. 나를 표현하는 명화. 나를 찾았다는 행복감에 행복했다.
하나의 명화를 찾고 도록들을 정리하다가 하나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잎이 커다란 넝쿨이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있는지, 멍을 때리고 있는지 모를 얼굴로 흔들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 여인에게서 나의 향기가 느껴진다. 2층 거실에 흔들의자에 앉아서 매일 책을 들고 앉았는 내 모습이 명화에서 보였다. 특히 한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는 행동은 나의 버릇과 같다. 신기했다. 이게 정말 나인데 싶어서 남편에게 이 그림을 카톡으로 보냈다. 남편이 배를 잡고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나와 닮았다며 놀린다.
이상과 현실의 그림들을 바라보며 나를 찾아본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의 여인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오스카 블룸 작품 속 여자이다. 이 모두 나일 수 있다는 생각에 두 그림을 골라 책상에 인쇄해두었다.
꿈꾸는 담쟁이로 사는 삶. 그 삶 속에서 나를 만들어 간다. 현실과 이상에 다리를 만들어 나를 오고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