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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 Feb 02. 2020

모두들 고마웠어, 안녕.

역시 시골에서 동물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이 그렇다. 사라진 고양이는 결국 이웃의 밭에서 발견되었다. 숨이 끊어진 채. 왜 진작 그 친구를 잡아서 집에 들여놓지 않았냐는 자책의 목소리가 꽤 크게 울릴 때도 있지만 고양이가 그걸 원했을지도 미지수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본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그리고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내게 곁을 허락해주어 적적한 시골살이에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 주었던 고양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약지 언저리에 남아 있는, 그 친구가 얼굴을 들이밀 때 느껴지던 송곳니의 느낌은 불행히도 아직 생생하지만 언젠가 잊혀지겠지. 언젠가는.

설을 쇠고 긴 시간을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긴 운전에 지쳤지만 차에서 내려 항상 그렇듯 주인집 누렁이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언제나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겨주던 누렁이는 그날따라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종종 힘이 없을 때가 있었지만 이내 평소와 다를 바 없어지던 누렁이는 이틀쯤 지나자 불러봐도 귀만 좀 움직일 따름이었고, 주사를 이것저것 놓아봐도 낫지 않는다는 주인집 할머님의 말씀을 들은 다음 날엔 축 늘어져 귀마저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명절에 꼬지를 잘못 먹었는지 게딱지를 잘못 먹었는지 알 수 없다는 할머니의 말씀으로 누렁이가 떠난 이유를 짐작해보는 것 밖에 없다. 나 또한 그 친구를 적극적으로 구원하려는 능력도 의지도 없었으니 누군가를 비판할 권리도 없고. 그게 흔한 시골 개의 삶이라는, 위악적인 생각과 함께 산책을 할 때 생기 넘치던 모습을 기억하며 헛헛함을 달래야지.

강화로 온 지 일 년이 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의 기억나는 죽음과 여러 번의 길 위에 내버려진 무명의 죽음들을 겪었다. 당연히 어느 한 구석 휑한 느낌이 들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화는 나지 않는다. 여느 불행들처럼 그냥 좋은 시간, 좋은 곳이 아니었을 뿐이겠지. 단지,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악의 없고 무구한, 가혹한 환경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나가는 생명들이 아무 일 없이 대신하고 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시골집에 당연히 짐승쯤 있어야지’ 하는 어떤 조건에 기인한 죽음들이 없었으면 한다. 그저 고양이들이 오가며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울 거리를 준비하는 게 고작인 나는 그런 바람이라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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