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고 며칠 되지 않아 누워 있는데 귀가 움직거리며 등골이 찌릿했다. 천장에서 무언가가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골에 있는 집 천장에 무언가 돌아다닌다면 높은 확률로 쥐일 것이다. 대관절 전에 살던 사람이 어떻게 집을 관리했는지는 모르지만 문틀에 남아 있던 쥐똥을 봤던 기억은 의혹을 확신으로 바꿔주었고 불안 회로가 또 돌기 시작했다.
‘전선을 물어뜯거나 해서 화재가 나면 어떡하지?’ , ‘천장에서 죽으면 골치 아픈데’ 등의 걱정과 풀밭에 눕지도 않았는데 쯔쯔가무시 병이나 유행성 출혈열을 앓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몸서리를 치게 했다. 역시 시골살이, 특히 구택에서의 생활은 정말로 녹록치 않은 것이구나 하는 탄식과 함께.
곰팡이로 엉망이던 천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이 집에 많은 서생원이 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사가 끝난 화장실에 역시나 대단히 많은 쥐똥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수리 기사님은 바빴는지 엉망이 되어버린 화장실을 청소까지 해주지는 않았고 나는 한참을 대야에 물을 받고 쏟아내길 반복하며 무수한 쥐똥을 수채 구멍에 흘려보내야 했다. 나선을 그리며 수채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쥐똥을 물끄러미 보자니 자학을 즐기는 내게 완벽한 순간이 펼쳐졌다.
쥐를 없앨 방법을 고민했다. 덫을 놓거나 하면 후처리가 골치 아플 듯했다. 여러 방법을 떠올리다 고양이들을 오가게 해보기로 했다. 물론 어린 노랑 고양이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한 건 사실 쥐 구제를 위한 일종의 전략적 제휴이기도 했다. 그들은 주린 배를 채우고 나는 한 달에 몇만원으로 쥐를 없앨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 아닐까.
그 생각이 주효했는지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며 천장에서 나는 소리는 줄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타박스를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사라졌고 밤마다 나던 소름 돋는 소리를 다시 들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한 주 전쯤 다시 빌어먹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신경질을 냈다. 그런데 분을 좀 삭이고 소리를 듣다 보니 중량감으로 보나 무언가를 긁는듯한 소리로 보나 쥐는 아닌 듯했다. 그리고 물론 쥐는 조심성이 엄청난 짐승이지만 코빼기 한 번 비치지 않은 것도 이상했다. 전 세입자가 쥐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집을 수선하며 천정을 충전재 등으로 다 막아버렸다는 주인집 할머니의 말도 떠올랐다.
대체 이 집 천장에 사는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쯤 되니 그나마 짐승이라면 다행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생충의 박사장 같은 집에 살기라도 하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이 집은 작고 낡은 주제에 무언가 숨어 살기에 충분할 정도의 허술한 공간이 많다.
그래도 힘들었지만 이젠 흰개미, 쥐며느리, 그리마 등 많은 식구들이 이 집에 산다는 걸 받아들였으니 마음은 처음보다 한참 편하다. 이렇게 언제까지, 얼만큼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받아들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