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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시연 Oct 27. 2024

‘함소화’ 미용실

오늘 ‘함소화 미용실’을 오픈했다.


미용실은 흰색과 금장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인테리어를 했다. 전체적인 미용실 분위기는 중세 귀족 집의 홀을 옮겨놓은 듯한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다. 제일 신경을 써서 한 곳은 말할 것도 없이 거울과 의자였다. 화려한 거울과 포근한 의자는 손님들에게 안락함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유니폼은 진한 보라색의 원피스로 품위를 지닐 수 있는 복장으로 하였다. 


2개월간의 대공사를 거치면서 신경을 써서 준비했어도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원장님이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 중에서 정준희 언니만 남고 다른 스텝들은 다른 미장원으로 옮기거나 개업하면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소화는 디자이너와 스텝을 새로 뽑아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함소화 미용실’이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로 뽑았다.     


드디어 10시가 되어서 오픈했다. 소화의 첫 손님은 예전의 첫 단골손님이었던 할머니였다. 전수호 씨의 할머니가 첫 손님으로 머리를 하고 싶다고 예약했기 때문이다. 미용실 문이 열리면서 할머니는 당당하게 들어오셨다. 뒤에는 건장한 남자가 2개의 난초 화분을 들고 왔다. 각각의 화분에는 ‘대박 나세요’와‘얼른 결혼하세요’라는 글귀가 리본에 적혀 있었다. 이것을 본 소화와 미용실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함원장! 축하해.”

“할머니! 그냥 편하게 이름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러면 안 되지. 사석인 자리에서는 몰라도 여긴 엄연히 직장인데 이름을 부르면 안 되지. 그나저나 정말 축하해.”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화분을 2개나 사 오셨네요.”

“내 맘 같아서는 화원에 있는 화분을 모조리 사 오고 싶었어. 정말 대견해.”

“다 할머니 덕분이에요. 첫 단골손님이 되어주셔서 제가 잘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내가 첫 단골손님이 되려고 시간 맞추어서 왔지. 항상 하는 파마로 해줘.”

“알았어요. 오늘은 더 이쁘게 해 드릴게요.”


소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턴이 파마 준비를 해 왔다. 소화는 능숙한 가위질로 머리를 다듬은 다음 구르프를 말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머리는 짧아서 구르푸를 마는데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파마를 다 말자 헤어 캡을 씌우고 소파로 안내했다. 보조 스텝으로 들어온 수영이가 따끈하게 쌍화차를 타서 할머니에게 드렸다. 


“함원장! 미용실 인테리어도 정말 고급스럽게 잘했네. 좋은 그림들도 잘 배치해서 걸었는데 저 사과꽃 그림이 특히 맘에 드네. 사과꽃이 만개한 과수원 그림인데 화사한 미용실과도 잘 어울려.”

“역시 수호씨 할머니가 맞네요.”

“뭔 소리야?”

“수호씨가 선물해 준 거예요.”

“수호가 자상하긴 하지. 우리 수호와 잘 만나고 있는 거지?”

“네. 할머니 덕분에 수호씨같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내 손주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괜찮은 녀석이이야.”

“호호호.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 부모님은 안 오시는 거야?”

“네. 아직 연락 안 드렸어요. 미용실이 자리 잡고 나면 하려고요.”

“그래. 그건 함원장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 그나저나 수호은 언제 다녀간다고 하던가?”

“10시에 영업이 끝나면 조촐하게나마 파티할 예정인데 그때 온다고 했어요.”

“수호가 함원장을 많이 좋아하고 있어. 나만 보면 함원장 이야기만 한다니깐.”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러니 얼른 국수 먹게 해 줘.”

“노력해 보겠습니다. 지금 머리에 중화제를 발라 드릴게요.”


소화는 첫 손님인 할머니의 머리를 정성 들여서 해 드렸다. 할머니가 가고 난 뒤로 미용실에는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디자이너와 인턴이 2인 1조가 되어서 손님들의 머리를 도맡아서 하였다. 또한 네일아트사를 두어서 머리 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손톱 관리도 해 주었다. 한쪽에는 책과 식물을 배치해서 북카페와 같이 공간을 만들었는데 편안한 분위기에 손님들은 매우 만족해했다. 


첫날의 영업은 성공이었다. 그동안 왔던 단골손님들도 많이 찾아와 주었고 오다가다 들른 손님들도 많아서 미용실은 하루 종일 손님들로 북적였다. 밤 10시가 지나서야 조촐한 샴페인 파티가 시작되었다. 워낙 늦은 시간이라서 케이크와 간단한 안주류 그리고 샴페인이 전부였다. 민아는 저녁 5시부터 와서 미용실을 도와주었다. 진아, 미숙, 숙희 언니들도 축하해 주러 왔다. 수호씨는 영업 종료하기 직전인 9시 50분에 아이보리색이 핀 꽃 화분을 들고 왔다. 


“소화씨!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꽃이 참으로 이쁘네요.”

“함소화씨에게 함소화 꽃을 줄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이 꽃이 함소화 꽃인가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렇군요. 냄새도 한번 맡아보세요”

“음. 진한 바나나향이 감미롭게 나네요.”

“꽃은 작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향기는 진하게 나는 게 이 꽃이 매력이에요.”


소화가 수호씨와 즐겁게 담화를 나누고 있을 때 민아가 옆으로 다가왔다.


“소화야! 이분은 누구셔?”

“이분은 전수호 의사 선생님이셔.”

“이쪽은 그동안 말했던 ‘민민아’라는 친구예요.”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야말로 정말 기쁩니다. 의사 선생님이라면 어디에서 하고 계신 가요?”

“이 앞에 있는 전수호 내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수호입니다.”

“아! 그러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왜 이제야 나타나신 거예요. 그동안 우리 소화를 보면 짠했거든요.”

“그러게요. 제가 타이밍을 잘 못 맞췄네요. 앞으로는 늦지 않고 제시간에 나타나겠습니다.”


민아의 호들갑으로 수호씨와의 관계가 다 들통났다. 미용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축하해 줬다. 파티는 12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함소화 미용실’은 입소문 타고 톱스타들의 단골 미용실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무엇보다도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미용실을 방문한 고객들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예약은 필수가 되었다. 소화의 미용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나날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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