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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뜨로핏 Rettrofit Oct 19. 2024

작가 한강과 아버지의 '타자기'

아버지인 한승원작가가 물려주신 타자기는 한강작가에게 어떤 물건이었을까?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수상했다. 신문과 방송사들이 어제부터 앞다퉈 속보와 함께 오늘까지 계속 작가 한강의 수상 소식과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이니 그럴만한 일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봤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연일 우울하고 씁쓸한 뉴스거리밖에 없던 일상에 이렇게 전 국민이 함께 기뻐할 이슈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자랑스럽다. 고맙다. 한 사람의 여성작가가 전 세계에 대한민국 문학의 저력을 격상시킨 일이다. 이미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그녀는 공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활약을 하고 있었다.  노벨상 수상 소식과 함께 지금 그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을 것이다.  워낙 많은 뉴스와 기사들이 도배가 되듯 쏟아지고 있으니 찾아서 읽어 보기도 힘들다. 그중에는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기사도 있지만 읽기도 시간 아까운 가십거리 중심의 기사도 많다.

출처. https://naver.me/GBFxrcHp

이 글도 하나의 가십거리 취급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는 별개로 내 일상과 관심은 여전히 타자기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타자기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발굴, 조사하다 보니 한강 작가의 어린 시절도 타자기와의 연결점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는 타자기로 원고를 쓴 1세대 작가였다. 2020년 국립 한글 박물관에서 열린 <타자기 전성시대>라는 전시에서 한승원 작가가 타자기로 쓴 원고와 그가 사용했던 타자기(공병우 문장용 타자기)가 전시되었다. 그때는 내가 타자기를 취미로 시작하기 전이라, 나중에 지난 기사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그 기사를 보고 한강 작가가 한승원 작가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그녀의 부친과 타자기에 얽힌 한강 작가의 이야기가 혹시 기사로 나올까? 긴 시간 검색을 해 봤지만, 한강 작가와 타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해서 다룬 뉴스나 보도는 아쉽게도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뒤지다 보니 기사 내에서 아버지 한승원작가의 타자기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언급은 몇몇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 타자기로 글을 쓴 것은 한강 작가가 아니니까, 노벨 문학상 수상과는 관련을 찾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타자기를 연결시키고 싶은 것은 타자기 덕후인 나의 바람일 뿐이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타자기보다도 '한강'이란 작가가 성장해 온 여정이나 그녀의 작품이 이 시대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 같은 타자기 덕후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틈이라도 있을 테니까.

사진출처. 뉴시스 기사

<타자기 전성시대> 전시를 보면 한승원 작가가 집필에 사용한 타자기는 공병우 박사의 한글 세벌식 타자기. 그중에서도 문인 文人 들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문장용 타자기'를 사용하였다. <한글과 타자기>를 저술한 김태호 교수도 유튜브 방송에서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번역가들의 경우는 직업적으로 타이핑 업무가 많아서 손목의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 세벌식 타자기를 추천받고 자판을 바꿔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한승원 작가도 공병우 세벌식을 선택했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빨리 집필할 수 있는 타자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런 추측 자체가 재미있다.  그래서 그런지 <타자기 전성시대>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가슴쓰리게 한으로 맺힌다. 조금만 더 일찍 타자기를 알게 되었다면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래의 사진은 2020년 <타자기 전성시대> 전시가 있을 당시 뉴시스에서 보도된 내용을 일부 캡처한 것이다.


출처.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190724_0000720347&cID=10701&pID=10700#





한강 작가가 직접 타자기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강 작가는 아버지가 '타자기'로 글을 쓰는 것을 타자기 소리로 기억하고 있다는 기사나 자료는 찾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소설가여서 책은 지천이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곤 했다. 10세 때 아버지가 안 쓰는 타자기를 주셨다. 자판의 ‘ㄱ’과 ‘ㅡ’와 ‘ㄹ’이 탁, 탁, 탁 소리를 명랑하게 내면서 ‘글’ 자가 만들어졌다.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았다. 아마도 작가로서의 운명의 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설가 한강 씨(46)의 유년기는 그랬다.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60517/78153356/1


출처:  https://blog.naver.com/eu170328/223295442492


한승원 소설가는 “본질적으로 모든 예술가, 특히 작가는 혼자만의 세계를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직업이다”며 “강이는 밤이면 새벽까지 타자기 앞에 앉아 밤새 소설을 쓰는 나를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한강의 소설에서 아버지의 문학 유전자가 발견되는 대목이 있는가.?
"디스크로 허리가 아파서 앉아서 타자기를 쓸 수 없게 됐을 때 화가들이 쓰는 이젤을 의자 뒤편에 걸어놓고 갱지에다 연필로 초고를 써서 다시 타자기로 치는, 그렇게 누워서 글을 쓰던 때가 있었다. 40대 후반에 일본 출판사와 계약한 소설을 그렇게 출간했는데, 작가가 얼마나 힘들게 작업하는지 보고 자란 강이에게도 그런 끈질긴 면이 있다. 주제 하나를 설정하면 철저하게 자료를 구하고, 나는 타협을 좀 잘하는 편인데 그 아이는 타협이라는 게 없다. 냉엄하다. 나에게도 냉엄한 그런 게 있는데 그런 면만 쏙 빼다가 닮은 것 같다."

                                 출처. https://www.kpinews.kr/newsView/1065543466766335





타자기가 언급되고 있는 한강 작가와 관련한 보도기사들 중에서 발췌하여 정리해 보았다. 몽상을 좋아했던 소녀 한강은 아버지의 타자기로 무엇을 했을까? 타자기를 치면서 어떤 상상을 했을까? 어린 시절 늘 집안에서 듣던 아버지의 타자기 소리가 그녀에서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는 소리일지, 반대로 불편한 기억의 소리일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출처. https://www.yeowonnews.com/102305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청소년기의 한강작가가 아버지가 물려준 타자기를 치면서 자신의 몽상 속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자체로 흥미롭고 즐겁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타자기가 무슨 연관이 있겠나 싶지만, 그녀를 작가로 만들어 준 자양분 속에는 분명아버지의 타자기에 대한 어떤 영향이 있으리라.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그녀의 책을 찾고 있다. 당근마켓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책들이 프리미엄이 붙어서 올라오고 있다. 한마디로 '붐'이다. 노벨문학상을 받고나니 사람들이 그녀의 책을 찾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이 아닐까? 문학에 대한 지금과 같은 관심이 더욱 오래 활활 타올랐으면 한다. 그와 더불어 한강 작가처럼 어린 시절 타자기 소리를 들으면서 몽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친구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모르면 따돌림당할까봐 라는 명분으로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어 주기보다는, 책을 쥐어 주고, 손 편지를 쓰거나 아무 말 대잔치라도 '필사'라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은데, 생각만큼 현실은 쉽지 않다.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함을 맛본 이유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끈질기게 그런 계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타자기가 아니라도 좋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태블릿이든 그 어떤 도구를 선택하더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은 사색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승원작가

#공병우문장용타자기

#한글세벌식

#글쓰기

#사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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