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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Sep 07. 2022

독일 시골에서 한 달 살기 Vol.6

숲 속을 걸어요 ~ ♪


은평구 우리 집 뒤에는 바로 뒷산이 있다. 그래서 매티와 함께 자주자주 뒷산을 갔었다. 

백련산을 오르고 내릴 때면 매티는 언제나 궁시렁 궁시렁


매티: 한국의 숲은 왜 이렇게 구불구불,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거야. 독일은 다 평지인데 

나: 훗, 그게 한국 숲의 매력이지! 


언제나 똑같은 레퍼토리의 숲 대화가 이어졌다. 


독일 매티네 집에서도 조금만 걸으면 온통 숲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고 운이 좋으면 네 발 달린 동물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새도 엄청 많다. 다른 것 없이 그냥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독일의 4월 날씨는 nobody knows라고 한다. 그만큼 날씨가 엄청 제 멋대로란다. 한국의 4월은 완연한 봄으르 생각하지만, 독일은 아니다. 독일에 오기 전부터 매티는 수도 없이 말했다. 네가 5월에 온다면 더 좋겠는데, 4월은 날씨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 정말 매티의 말대로 독일에 도착하고서 며칠 동안은 비도 많이 오고 내내 흐렸었다. 근데 정말 다행히 그 뒤로는 날씨가 계속 좋았다. 서울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미세미세와 함께 시작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매티의 동네는 프랑크푸르트와 가깝지만 뭐 사실 집 근처에 할 게 별로 없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무조건 차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매티랑 나는 딱히 일정이 없는 날은 숲으로 향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님의 만화 '주말엔 숲으로'처럼, 숲으로 우리를 내던졌다. 이런 목가적인 삶이야 말로 내가 정말 바라는 삶 :) 


서울에서는 이런 고목을 보기 쉽지 않다. 우리 집 근처에도 다들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 단지라서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다들 비실비실하다. 덩치는 커도 영 매가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매티네 집 근처 숲 속에 있는 나무들은 달랐다. 좋은 공기와 햇빛을 가득 머금고 자라서인지 다들 튼튼한 느낌이었다. gentle giant 같달까. :) 요 숲 속이 우리가 자주 걸었던 숲 속이다. 

한 번 숲 속을 들어가면 우리는 보통 1만 보 ~ 2만 보 정도를 걸었다. 동물을 참 좋아하는 매티는 계속 개구리와 뱀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개구리와 뱀을 만나지는 못 했다. 멀리서 야생 사슴을 보았고, 위에 사진은 야생 사슴은 아니고, 사슴 농장에서 키우는 사슴들이다. 직접 먹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당근을 미리 집에서 챙겨가서 사슴한테 당근을 주곤 했다. 쩝쩝 잘도 받아먹는 사슴들. (동물원은 아니고, 사슴고기를 파는 레스토랑에서 기르는 사슴이라고 했다. ㅠㅠ 그렇지만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이렇게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니 다행인 건가...) 

깊이깊이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호수도 있고, 호수만 보면 난 카누가 타고 싶어 진다. '주말엔 숲으로'에서 세 친구가 항상 강에서 카누를 타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잠깐 핀란드에 살 때 카누를 종종 탔었는데,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참 좋다. 

헤헤 매티랑 길을 걷다가 발견한 수달이다. 이런 야생 수달은 처음이다! 너무너무 귀엽잖아 >. < 물을 좋아하는 나는 물 위에서 유유자적하는 수달이 부럽기만 하다. 

독일의 햇빛은 확실히 한국의 햇빛보다 뜨겁다. 한국에서도 귀찮다고 잘 바르지 않은 선크림이었는데, 독일에서는 더 게을러져서 선크림을 잘 바르지 않았다. 한평생 선크림을 발라본 적 없는 매티. 근데 얼굴이 그렇게 하얗지? ㅎㅎ 햇빛만 보면 나가야 하는 내 성질 덕분에 독일에서 양 볼에 작은 기미들을 얻었다. 사진을 찍을 때 어떤 필터도 쓰지 않는데, 실제 풍광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 더 더 쨍.쨍하다. 


독일을 여행할 때 할 게 없으면 무조건 가까운 숲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 걷고 또 걸어 독일 숲의 매력에 푹 빠지다 보면, 내 몸이 초록색으로 물들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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