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내 마음을 따르지 않았다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나는 꽤 단순하게 생각했다.
마음을 바꿨으니
이제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지게 될 거라고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병원에 가보자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검사를 하고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의사는 차트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연임신이
쉽지 않은 몸이라고.
시간 지체하지 말고
시험관 시술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조금 멍해졌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단단하게 마음먹고 살았던 시간은
8년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를 피하며 살았는데
막상 아이를 가지려고 하니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배에 주사를 맞았다.
병원에 가서 난포를 확인하고
채혈을 하고 또 주사를 맞았다.
몸이 점점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이번에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첫 번째 시술은 실패했다.
잠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다.
두 번째 시술도 실패했다.
의사 선생님을 앞에 두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세상에는
뜻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귀촌도 생각과 달랐고
직업도 생각과 달랐고
삶도
자꾸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아이를 가지는 일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더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