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놓았을 때 시작된 일
시험관 시술이 두 번 실패하고 나서
다시 시술을 시작할지
한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이미 많이 지쳐있었다.
그즈음
재미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생년월일을 적어 드리자
사주를 풀어보더니
첫마디가 이랬다.
"임신이 잘 안 되겠네.
조선시대 같았으면
아기를 못 낳아서
쫓겨났을 팔자야"
나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이미 병원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조금 더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딸 하나는 생기겠네.
병원 열심히 다녀봐."
할아버지는
익숙한 듯
병원 목록을 읊으며
시술 날짜까지
콕 집어 말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조금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임신을 위해 챙겨 먹던
수많은 영양제를
하나씩 끊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 차도,
보약도,
임신에 좋다는 음식도
모두 멈췄다.
홀가분했다.
그동안
너무 애쓰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살기로 했다.
운동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몸을 조금 쉬게 해 주기로 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해서.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임신이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삶은
여전히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어떤 일들은
내가 아무리 애써도
움직이지 않다가
내가 조금
힘을 놓는 순간
조용히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열 달 뒤
작디 작은 딸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