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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Sep 27. 2022

독일과 미국의 차이 (feat. 해외출장)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나에게 해외출장의 기회가 생겼다. 프로젝트 리더를 맡게 되면서 회사 대표로 기술 소개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Webex, MS teams, Google meeting을 통해서 진행되었던 회의가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대면의 회의를 선호하는 기업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비대면 회의를 선호한다.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더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 의견 교환이 가능하는 장점을 더 높이 산다.


어찌 되었는 나는 독일/오스트리아(4월) 및 미국(7월)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짧은 시간 동안 두 나라에 머물면서 흥미롭게 느꼈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독일에서 머문 도시 :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뮌헨

미국에서 머문 도시 : 디트로이트,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in CANADA


1. 플라스틱 free vs. all


독일에 4일 정도 머무르면서, 식당을 방문하거나 회사에서 케이터링 서비스를 받았을 때 한 번도 플라스틱을 사용한 적이 없다. 컵, 숟가락, 그릇, 물을 담는 병, 심지어 식당에서 코카콜라를 시켜도 유리병에 담긴 코카콜라를 가져다주었다.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병에 담긴 코카콜라.) 맥주가 유명한 나라인 만큼 병맥주가 아닌 식당 내 맥주 보관통에서 생맥주를 따라주었다. 맥주 종류도 다양한데, 종류에 따라 유리컵 모양을 달리하여 가져다주었다. 회의실 내 음료나 다과를 담아두는 공간에도 생수통이 아닌 큰 유리병에 물이 담겨 있고 유리컵에 물을 따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심지어 캐이터링에서 요거트가 나왔는데, 유리그릇(Jar)에 소분되어 있고 각각 유리 뚜껑도 덮여 있었다. 나도 나름 주변에서 플라스틱 안 쓰기로 유명한데, 개인뿐 아니라 회사, 식당과 같이 사업주들도 모두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문화구나!!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로나 때문인지 호텔 조식부터 일회용품 천지였다. 포크, 나이프, 그릇, 컵, 플라스틱에 담겨 개별 포장된 요플레, 냅킨 등 모든 것이 일회용품이다. 쓰레기통은 분리수거가 가능하게 나뉘어 있으나 그 어느 누구도 분리수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역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국답다. 커피를 주문할 때도 텀블러에 담아 갈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적도 있다. 코로나가 주된 이유였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아직도 코로나의 영향이 남아있는 듯하다.


2. 자전거/조깅의 나라 vs. 모든 이동은 개인 자동차


독일에 방문했을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기도 하고 어둑어둑 흐린 날의 연속이었다.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거리에는 온통 걷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도시라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도시가 넓지 않아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자동차로 운전을 하게 될 경우, 비좁은 도로와 값비싼 주차요금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더 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처럼 각 건물마다 주차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 후 걷는 경우가 많으니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쉽게 새로운 건물을 세우지 않고, 기존의 건축물이나 도로를 유지하면서 보수하는 그들의 사상이 반영된 문화라고 생각한다. (마차 타던 시절의  도로를 아직도 유지하는 곳이 유럽이다.)


미국은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화창하고 맑은 하늘과 대조적으로 유럽의 두배 정도 넓은 인도에는 사람 한 명 없다. 내가 방문한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3사의 본사가 위치하지만 러스트 벨트 지역 중 하나로 산업이 쇠퇴하는 것도 연관될 수 있다. 디트로이트 와서 느낀 것은, 버스나 택시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우리도 렌트를 해서 움직였고 디트로이트 출장에서 렌트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미국은 도시 전역이 굉장히 넓고 모든 건물 바로 앞에는 넓고 넓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오랜 기간 사신 직원분께 여쭈어 보니, 자동차 도시인만큼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이 많고 그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자가용을 가지고 있어서 택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여기서 술 좋아하는 분들은 궁금증이 일 것이다. 저녁 먹고 술 한잔 하고 나면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 맥주 한두 잔 정도의 가벼운 술을 즐기고 운전해서 집에 간다. 경찰도 상업지구에서는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홈파티가 발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은 집에서 마시는 것이지.


3. 도로 교통 문화, 양보 매너 vs. 클락션 주의보


교통 체증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럼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특히나 밀릴 때 양보를 해줄 수 있는 미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양보 매너를 갖춘 사람은 어느 정도 여유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로 사정이 좋다거나 일에 쫓기지 않아 어느 정도 여유 시간이 있는 사람만이 양보를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도로 사정만 보자면 미국 편이 더 낫다. 도로도 넓고 차량도 많지 않고 밀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도로 위의 클락션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독일에서 머무르면서 독일도 교통 체증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아우토반은 화물트럭으로 가득 차 있고 평일임에도 밀리는 구간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골목에서 메인 차선으로 들어오려 하면 누군가는 꼭 양보를 해준다. 밀리는 상황에서 골목에서 메인 도로로 끼어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사람은 안다. 그런데 양보를 해주니 자연스럽게 도로에 합류가 가능하다. 그것을 보면서 독일 사람들은 참 여유롭다고 느꼈다. 아마 이러한 여유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리나라보다 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실제 독일 사람들과 일해보면 생각보다 휴가도 많고 늦은 시간에는 미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4. 여행을 가려면, 360도 사방이 여행지 vs. 기본 4시간 운전의 거리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도시에 많은 관광지가 몰려 있다. 도시에서 하루 이틀 머물러도 구경거리가 가득이다. 걸어서 이동도 가능하고 굳이 렌트를 하지 않아도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그만큼 구경거리도 많을 것이고, 과거에는 이동수단이 많지 않았으니 가까운 곳에서 모든 것이 함께 발전되었을 것이다. 유럽은 오래된 역사 문화재들을 현재까지 잘 유지하고 있으며 'EU' 아래 국경 없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 같다. 독일도 주변이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등 많은 나라로 둘러싸여 있고 운전을 하거나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유럽의 많은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게다가 연차에 관계없이 입사 때부터 연 25일의 휴일이 주어지는 고용 복지가 더없이 여행하지 좋은 조건이다.


미국은 정말 넓다. 디트로이트에서 갈만한 곳은 나이아가라 폭포, 시카고, 캐나다의 토론토가 있는데 이들 모두 최소 4시간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다. 미국의 큰 도시들은 비행기를 타고 4시간을 가야 하는 곳도 많다. 그만큼 넓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로 인해, 역사적인 문화재보다는 규모의 크기로 관광산업을 하는 곳이 미국인 것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굉장히 거대하고, 그랜드 캐년도 거대한 협곡이며, 놀이동산이나 쇼핑몰의 크기가 거대하다.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싸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 거리를 자가로 운전하여 가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간 동료들의 자동차 마일리지가 정말 '헉' 소리가 난다. 2년에 8만 km. 어마 무시하다.


5. 코로나에 대해, 회사 출근 vs. 100% 재택


독일을 방문한 것은 4월, 미국은 7월이다. 독일을 앞서 방문했지만 독일은 이미 코로나가 사라진 것 같았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없고, 우리가 쓰고 있으니 예의상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듯했다. 회의실에 모이면 마스크 박스를 들고 와 회의에 참석하는 독일 회사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다. 4월은 한국도 코로나 확진자 최고치를 찍고 조금 주춤할 때라 조심해야 할 때였는데, 독일은 이미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이루어진 것 같았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출근을 하고 일주일에 1~2번은 재택을 하고 있었다. 도시는 활기찼고 중심가에 가면 이미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유럽은 이미 코로나에서 일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어느 정도 코로나도 풀려 우리가 먼저 비대면 회의를 제안했지만, 미국의 모든 직원이 재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의장소가 마땅찮았다. 결국 디트로이트의 우리 회사 사무실에 고객사 직원들을 초대해 회의를 진행했다.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우리 회사 사무소 역시 미국 회사 문화를 따라 전 직원이 재택을 진행하고 있고, 출장자인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코로나 방침에 따라 온도를 재고 입/퇴실에 대한 기록을 하고 사무실에서도 한쪽 방향으로만 지나다닐 수 있게 동선이 정리되어 있었고 모든 것이 통제하에 놓여 있었다. 물론 해당 직원들에게는 재택근무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이건 한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모든 식당은 일할 직원을 구하느라 바쁘고 도시가 넓어서 일지 모르겠지만 아직 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나라마다 코로나에 멀어지는 속도도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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