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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Aug 27. 2024

기공소 소장님 2

기공소 소장님 관련 글을 다시 쓸 줄 몰랐는데 그동안 기막힌 일들이 있어 그 썰을 풀겠다.


자기한테 심미기공만 보낸다는 이유로 (전부 보내지 않고) 성질을 부리던

그 모지리 기공소장님과의 추억(?)이 채 잊히기도 전이다.


우연히 치과 골드 사용량 점검을 했는데 치과와 기공소간에 오고 가는 골드양이 이상했다.

즉, 치과에서 기공소로 가는 골드양보다 >> 기공소에서 치과로 되돌아오는 골드양이 적었다.

기공소장님한테 문의하니 골드 보철물 제작과정에서 골드 손실이 일어난단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나도 치대 다닐 때 실습으로 골드 보철물을 직접 만들어보았지만 이건 단순 손실양이 아니었다.

다른 원장님들한테 물어봐도, 다른 기공소와 비교해 봐도,

없어지는 골드 양이 3~4배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이걸 단순 손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는 결국 깨달았다.

'아, 내가 소장님한테 속았구나!'


무려 4년을 거래한 기공소였다.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다들 이제 그 기공소와는 거래를 끊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소장님이 골드를 훔쳤든 낭비했든 간에 나에게 사과를 해준다면 거래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소장님은 죽어도 자기는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고만 했다.

아니 소장님, 지금 골드 없어진 제가 억울하지요~~


아오...

가까운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면 이런 기분일까?

제일 처음 배신감.. 그리고 실망감.. 인간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무려 4년 만에 골드 사용량 점검을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조금씩 조금씩 사라진 골드가 4년이 쌓여 손실액은 150만 원 정도 되었다.

소장님은 계속해서 정상적인 골드 손실양이라고 했고, 웬 트집이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만약 20년 넘은 소장님네 기공소에서 단순 실력 부족으로 타 기공소보다 3~4배 더 많은 손실을 시켰다면?

그래도 나한테 미안한 마음 들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 C...


나는 소장님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나서 이제는 법대로 가기로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고소장'을 써보았다.

진짜 내 골드를 훔친 건지,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조사를 좀 하고 싶었다.

피해액이 150만 원 소액이었기 때문에 변호사 쓰기는 그래서 혼자서 열심히 썼다.

카이스트 다닐 때 논문 썼던 것처럼 심혈을 기울여 온 내공을 집중시켜 내 최선을 다해서 작성했다.

그동안의 골드가 오고 나간 양을 정리하고 골드 보철물의 기공 과정에서 골드가 손실될 있는 경우와 양에 대해 정리했다.

다른 원장님들의 진술과 타 기공소와의 골드 손실량 차이를 비교해서 정리했다.

그의 혐의는 '업무랑 횡령죄'.


어디 맛 좀 봐라.

사이다로 가자~

마지막 체크로 변호사 감수까지 받았다.

자, 이제 경찰서로 고고씽~

..............................

.......................

........


그러다가 나에게, 갑자기 현타가 몰려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냐.

나의 온 내공을 집중시키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은 지금 환자 보는 일인데,

150만 원 때문에 나 지금 뭐 하고 있냐.

그때쯤 나는 기공소장님을 용서하게 되었다.

비록 사과받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 소장님과 미움이라는 감정을 함께 내보냈다.


결국 고소장은 경찰서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자 왠지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후련했다.

아~ 이제 새로운 기공소를 물색해야 한다.

다음 이야기에 새로운 소장님 빌런이 등장합니다.. 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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