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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Oct 18. 2024

위기의 내 치과 구하기 2.

예전에 치대 입학시험을 공부할 때 일이다.

당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첫 시험을 치렀다.

그래서 내 마음이 급했는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전국의 모든 치대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었다.


그때 인생에서 '배수의 진'이란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

그때는 그것이 뭐 그리 대단했는지, 나는 두 번째 시험에서도 실패한다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시험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위축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고민 끝에...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생각났고 그것을 실천했다.

고등학교 과학부터 다시 공부했던 것이다.




개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치과는 항상 위기 속에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위기이다.

대기 환자가 넘치며 자리 잡는 것 같다가도 또 갑자기 환자수가 줄어든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환자수를 보며, 머리가 어지럽고 멀미가 난다. (어떨 때는 눈물도...)

그래서 이만 이 지긋지긋한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항상

위기는 곧 기회.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없고 시대와 함께 전진해야만 한다.

이러다 치과 망하겠다 싶던 어느 날,

나는 마찬가지로 이 어려운 문제를 기본부터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치과의 기본은 뭘까?

무엇이 치과를 치과로서 존재하게 만들고, 치과의사를 치과의사로서 살게 하는가?

치대 시절에 나는 무엇을 배우고 수련해 왔으며,

환자분들이 치과에, 치과의사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임상실력이다.


환자들이 치과의사 임상실력을 모른다고? 그냥 안 아프게만 해주면 만족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치과의사들은 계속 그렇게 살아라.

임상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다. 배워야 한다.

나보다 잘하는 대가를 찾아가 배우고 현재 나의 진료에 적용해서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임상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이렇게 쉽다.


하지만 돈이 들고 시간과 노력이 드니, 이렇게까지 꼭 해야 돼?라는 의심이 든다.

퇴근하고 나면 힘든데...

주말에 애들이랑 놀아줘야 되는데...

GBR 다 아는 건데 뭘 또 공부해?

풀마우스 환자가 없는데 풀마우스 공부하면 뭐 해?

이런 의심들 때문에 계속 제자리에 서 있게 된다.


나는 아주 유명한 세미나들을 순차적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세미나들을 계속 들을 계획이다.

또한 지역에서 하는 무료 세미나가 있다면 꼭 찾아서 듣는다.

무료 세미나지만 그래도 들어보면 1개씩 꼭 배울 것이 있다.


당장은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공부해서 성적이 계단 형태로 오르듯이 언젠가 임상실격이 쑥 키워질 것이라 믿고 계속하는 중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런 말이 있었다.

대한민국에 조루증 환자들이 많다고.

여기서 조루증 환자란, 조금 해보고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성과가 없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책에 보면 2년 정도는 죽도록 열심히해야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도 어떤 것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무나 못 한다.

그러나 어려워서 아무나 못 가는 길로 가야 성공의 실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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