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들께서 나에게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차분하다'는 것이다.
음... 내가 차분한가?
물론 나에게 차분한 면이 있지만 확실히 치과에서의 내 모습은 비즈니스적이다.
놀랍게도 남편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 중 하나는 바로
사실 나는 성격이 다혈질이고 급하다. 화도 잘 낸다.
그리고 지고는 못 살며 뒤끝도 길다.
어느 날 치과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앞 환자분 진료가 끝나기 전에 다음 예약 환자분이 도착하셨다.
다음 예약 환자분은 어린이 환자였는데 지난번에는 엄마와 내원을 하더니, 오늘은 할머니와 함께였다.
지난번에 환아 엄마와 치료하기로 상담이 다 되어 있어서 오늘은 바로 치료에 들어가면 되었다.
그런데 옆 체어에서 할머니와 우리 직원 사이에 뭔가 큰소리가 오고 갔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뭔가 매끄럽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지금 진료 중인 환자분께 피해가 되지 않도록 더욱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곧 직원이 나에게 오더니,
"원장님, 할머니께서 치료할 치아 유치라서 빠질 건데 왜 치료하냐고 자꾸 그러세요."
"그러면 엄마하고 통화해서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치료를 원치 않으시는지 다시 확인해 보세요."
그 환아는 할머니와 내원했지만 법적 보호자는 부모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의사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엄마가 치료를 원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할머니가 치료를 안 한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직원이 할머니를 잘 달래서 유치지만 왜 치료가 필요한지 설명드렸지만 그게 지금 안 통하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그 할머니께서는 (치과의사 짬밥으로 봤을 때) 내 입에서 치료 안 해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자 오신 것 같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내가 확인해 보니까 유치라서 치료 안 해도 된다고 하더라~ 너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쓸데없는데 돈을 쓰려고 하니? 하면서 며느리를 타박할 준비를 하고 계신 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쩌는지 주시하고 있었던 그 할머니는 내 입에서 엄마하고 통화하라는 말이 나오자, 버럭 더 화를 냈다.
이때쯤 나도 우욱 화가 났다. 지금 다른 환자분 진료하고 있는데 시비를 거니까.
다행히 지금 치료하고 있는 환자분 진료가 끝났고 나는 그 환자분께 죄송하다며 보내드리고 할머니를 상대하러 돌아갔다.
"애기 엄마가 보호잔데 지금 할머니랑 말이 다르니까 전화하라는 거지 뭘 무시해요!"
내 입에서 첫 판부터 바로 큰 소리가 나갔다.
나약해 보이던 여자 치과 원장님이 버럭 소리를 지르니까 할머니는 예상을 미처 못 했는지 깨갱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곧 전투력을 재정비하고,
"운동하고 온 지도 몰랐구먼 뭘 무시해요? 지난번에 어머니랑 왔을 때 얘기가 다 된 건데 지금 말이다 다르니까 확인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야 XX야 내려와. 여기서 치료 못 받겠다! 가자!"
그러더니 나가는 듯하다가 분이 안 풀렸는지 다시 돌아와서는 또 소리를 질렀다.
"걱정 마세요 알아서 잘하니까!"
할머니는 또 돌아서,
"여기 내 치과예요. 내 치과에서 왜 큰소리 내세요?"
"병원 진료하는 사람한테 장사라니! 내가 지금 환자들 상대로 장사한다 그 말이에요? 의사한테 장사하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머니는 나가버렸다.
내가 이긴 것 같다. 하지만...
아.. 이제 악플 하나 올라오겠네. 아오. C
가끔씩 이렇게 환자와 싸운다.
죄송하지만 상대방 나이 상관없이 치과에 피해를 주면 바로 전투력을 갖추고 싸운다.
내 집에서 손님이 큰소리 내는 게 싫다는 마인드이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이러면 내 감정 컨트롤이 쉽다.
치과의사라서 참을 때도 무지 많지만, 그러면 그 뒤에 오는 우울한 감정이 며칠씩 가서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