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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Oct 06. 2022

직원 면접

개원 자리를 정하고 상가 계약을 한 후 개원 예정 시기를 정했다.

그러고 바로 할 일은 직원을 구하는 일이었다.

개원  최대 스트레스는 '자리'

개원 준비 최대 스트레스는 '인테리어'

개원  그리고 폐업할 때까지 최대 스트레스는 '직원'이다.


직원 구인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올렸다.

<개원 예정> 치위생사 선생님을 모집합니다.

치위생사들은 일반적으로 [개원 예정] 치과를 좋아한다.

아마도, 어리바리한 원장님 밑에서 개원 초에 많지 않은 환자를 보며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어서 일 것이다.

또한 경력이 많은 위생사라면 그 치과를 자기 스타일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인력난에 허덕이는 치과계지만 [개원 예정]의 힘 때문인지 이력서가 제법 들어왔다.

처음 이력서란 것을 받아보니 무척 신기했다. 이렇게 저렇게 읽어보며 면접 볼 직원을 추리고 있는데,

당시 같이 일했던 대표 원장님이 무조건 면접 보고 다 뽑으라고 알려주셨다. 그 이유는,

"어차피 개원 초에는 금방 다 나가..."


간단한 자기 이력과 자기소개서가 있는 이력서였다. 무난한 이력서였기에 면접을 보자고 문자로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OO치과 원장입니다. 보내주신 이력서 잘 봤습니다. 면접을 봤으면 하는데 언제 시간이 괜찮으세요?"


당시 월급 의사로 일하던 치과 근처 카페에서 난생처음 최초의 면접을 봤다.

다행히 면접자는 면접에 늦지 않았다. (나는 첫 번째로 이것을 본다.)

여러 가지 질문을 했고 왜 지난 치과를 그만두었는지도 물어봤다.

"원장님하고 잘 안 맞아서요."

응? 원장님하고 잘 안 맞다니? 그것이 무슨 뜻일까?

나도 직장 생활을 해봤지만 자기 상사하고 잘 맞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원장님하고 어떤 게 잘 안 맞으셨어요?" (저랑도 잘 안 맞지 않을까요? 친구 사이가 아닌데...)

"말하기가 좀 그래서 제가 합격해서 원장님하고 같이 일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합불의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사안인데 말을 안 해준다니, 정녕 면접자가 말하지 않는다면 같이 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내가 몹시 궁금해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아니면 내 마음을 읽었는지(말 안 하면 불합격) 결국 면접자는 입을 열었다.


"지난 원장님 가족이 환자로 오셔서 저희 일하는 것을 평가해서 원장님한테 말해줬다는 것을 알았어요."

"음..."

원장님 가족이 치과 진료를 받은 후 저 직원이 뭘 잘하고 뭘 못하고 이런 이야기를 해준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그것이 그만 둘 이유인가?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어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여차여차하여 결국 합격.


다음 직원 면접.

월급이 부담 없는 저년차 직원였다.

"원장님 연차는 있나요?"

"연차드리고 싶지만 저도 여유가 없어서 개원 첫해에는 연차가 없어요. 1년 지나면 연차드릴게요."

"원장님 연차 주세요~ 그러면 더 열심히 일할게요~"

그 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면 같은 여자인 나를 꼬셨다.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연차 없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만 연차 줄 수는 없어요."

"원장님 그럼 어떤 주는 주 6일 일하고 어떤 주는 주 4일 일하고 이런 식으로 해도 돼요?"

속으로 하..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생각했다.

그러나 여차여차하여 결국 합격.


다음 직원 면접

전반적인 치과 업무를 맡길 기대가 큰 고년차 직원이었다.

무난한 이력서와 무난한 면접.

특별히 기억나거나 걸리는 일 없이 합격. 그러나 개원 1주일 전 갑자기

"원장님 죄송하지만 같이 일 못할 것 같아요."

카톡으로 통보 후 그녀는 사라졌다.


그래서 개원은 저 2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했고 다시 구인하며 치과계의 험악한 구인난과 함께하게 되었다.


여담)

첫 번째 직원은 그래도 2년을 같이 일했다. 항상 다른 치과에서 자꾸 오라고 하는데 원장님과의 의리(?) 때문에 있는다고 했던 직원. 월급을 계속 올려주다가 2년 후 월급을 동결하자 나갔다. 의리는 개뿔...

두 번째 직원은 4개월 정도 지나자 원장실로 쳐들어 오더니 그동안의 불만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아우 놀래라... 그러고는 한두 달 더 일하다가 원장님을 치과에서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는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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