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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May 02. 2022

83. [영화 리뷰] 거짓말(2015)

나비의 꿈 (호접지몽)

장자의 호접지몽


 호접지몽은 도교의 시조로 여겨지는 인물 장자에 의해서 전해지는 설화이다. 잠을 자는 장자는 나비의 꿈을 꾸다가 깼는데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가 하는 내용이다. 뜻 자체가 모호한지라 명확한 해석이 존재하진 않는다. 장자는 어느 것에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러 자연과 하나 되는 자유로운 삶을 일컫는 '무위자연'의 뜻을 설파하였다. 또한 인생의 덧없을음 뜻하는 '한단지몽'과 같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호접지몽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린 일상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자신들을 열심히 찍어대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다양한 동작과 포즈를 취하고 그 사진에 여러 필터와 보정을 본 뒤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게다가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소셜미디어에서 마치 자신이 비싼 차와 아파트 혹은 명품을 소유하고 있는 듯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사진을 포스팅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투 섞인 댓글을 보며 만족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영화 '거짓말(2015)' 아영은 남자 친구와 남의 벤츠 차 앞에서 직장동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아영은 알코올 중독에 걸린 언니와 방황하는 남동생과 함께 겨우 살아간다. 그녀는 피부과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부동산 중개인을 대동하면서 고급 아파트를 둘러본다. 그녀는 마치 살 것처럼 자신의 신상정보를 거짓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비싼 가전제품을 보면서 즉시 결제한 뒤에 다음 날 바로 취소하기도 하는 거짓말로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다 직장 동료가 그녀와 남자 친구가 고급 자동차 매장에 있는 것을 보고 물어보는데, 아영은 예비 시가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라고 했고 자신의 중고차 딜러 남자 친구를 학교 선생님이라고 거짓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증거를 대기 위해 조작하고 만들어 내면서 그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영화 스틸컷.



 그녀에게 현실을 버텨야 하는 것이고 고달프고 힘든 곳이다. 반면에 손쉽게 내뱉는 말 몇 마디로 남들에게 환상을 제공하고 부러움을 얻으며 사는 거짓의 세계는 달콤한 곳이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언니는 아영에게 안 마셨다는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이곳저곳에 술을 숨겨놓는다. 이 장면에서 거짓말의 본색이 드러나는데 거짓말은 상대방이 자신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을 말하거나 혹은 상대방이 바라던 욕망을 마치 자신이 가진 것처럼 하여 부러움을 얻는 것이다. 


 아영은 타인의 눈을 지독하게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그녀가 욕망하는 것은 그녀가 실제로 원한다기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다닐만한 명품들과 가전제품들을 보러 다닌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녀가 불쾌한 거짓말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워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현실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자신이 한 거짓말로 인한 타인의 질투를 행복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그녀는 인간인 지금에서도 꿈속의 나비처럼 자유롭게 꽃들 사이로 날아오르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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