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삼류 Apr 01. 2024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상실에 관하여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그리고 나는 첫사랑 영화를 좋아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러브레터, 지금 만나러갑니다, 건축학개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유태오 배우도 좋아하고 뉴욕 감성도 좋아하니 봐야지 하고 벼르고있었다. 무엇보다 귀차니즘이 심한 내가 영화관에 간 이유는 다시 글에 대한 사랑을 품고싶었기 때문이다. 영감을 받고 싶어서였다. 근데 영감을 받았다기보단 감성에 젖어 아직도 마음이 슬프다.


1. 상실에 관하여


나영과 해성 노라와 해성

나영과 해성이었던 시절은 가지고있다.

그것은 상실되지않는다. 지냥 말 그대로 지나갔을뿐.

그것은 거기있다.


노라와 해성은 없다. 그러나 그 둘의 24년이라는 시간은 엄청난 상실을 가져다 준다.

나영이 이민을 가지 않았더라면... 우린 결혼도하고 아이도낳고... 연애도했을까? 사실 어쩌면 지독하게 시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사람은 그 모든 것들에 if를 붙이고, 가진적 없는 두사람이 함께한 24년의 시간을 상실로 받아들인다.


2. 두번의 컨택


12년 후 스카이프로 그리고 다시 12년 후 진짜 재회를.. 첫사랑을 십여년만에 다시 만나는건 흔하다.

근데 이 영화는 두번 만난다. 20대 청춘 이억만리 떨어진 첫사랑과 스카이프로 대화한다. 두사람은 연애했다고 말하진않는다. 사귄적도없고... 근데 두사람은 12년전 정말 사귀었다. 그게 설렘이 아니면 뭘까. 잠꾸러기의 아침을 가져가는 통화...

스카이프로 대화하는 그 시간들 때문에 그들은 12년 후 두번째 재회에서 진짜 이별을 맞이할수밖에 없다.

왜냐면..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었으니까.


3. 꿈속의 연인


아서는 노라에게 한국어로만 잠꼬대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있는게 섭섭하다고한다.


아서는 노라에게 자신은 굳이 자신이 아니었어도. 그냥 조건만 같았다면 함께있을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니라는 노라의 말. 그래 그건 진심이었을거야. 근데 이상하게 그녀의 대답엔 떨림이없다. 그것도 사랑이지만 아서가 받아내고 싶었던 사랑의 모양새와는 사뭇 달랐다.


꿈, 무의식 속에서 정말 원하는 세계... 그곳의 연인은 아마 해성이었겠지. 노라가 진짜 원하는 것이 해성이라서 아서는 더 슬펐을지도 모른다.



4. 애매하고 확실한 작별인사


결국 오늘의 헤어짐도 전생이될테니. 우린 다음생엔 어떤 모습을 하고있을까... 노라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해성은 말한다. 그때 보자.


이토록 확실한 작별의 말을 들어본적 없다.

이번생은 텃으니 안된다는 말...

근데 이토록 애매란 작별도 없다.

다시 보자.


해성과 노라는 다음생에도 결국엔 서로를 알아볼것같다. 이끌림이라는 감정으로.



당차고 똑똑하고 독특한 꿈을 꾸던 나영을 사랑한 소년 해성, 작별인사도 없이 가버린 나영은 노라가되고...

진짜 작별을 위해 뉴욕으로 간 해성...


그들의 감정은 휘발성이 크다. 매 순간 서로를 떠올리기보단 어느 순간 문득... 해성이 군대에서 갑자기 나영을 떠올린것처럼... 그러나 그 기억은 상흔처럼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애매하게 아주 깊게...


현실적인 남자, 이상적인 여자. 두 사람은 서로의 그런 세계를 사랑한다. 동시에 그것이 두 사람을 멀어지게하지만...


마음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화.

past lives.


영화만이 할수있다.

남편이있는데 첫사랑을 못잊는여자.

어쩌면 무물보나 연참에 사연으로 나올법한

이상하고 촌스러운... 현실세계에선 이상해도

영화에선 그 찰나의 감정을 여운있게 다룰수있다.

영화라는 매체만이 그려낼수있는 이야기와 감정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락의 해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