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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입니다 Nov 08. 2022

그저 다 흘려보내자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

여물지 못한채 떨어지는 수많은 꽃떨기들


그저  흘려보내자

그저 다 흘려보내자

저 노을에

저 바닷소리에


그러나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가슴 안에 든 멍은 지워질 줄 모르니

나는 어쩔 줄 몰라 말을 잊는다.

이 마음이 숨죽일 곳, 아무것도 살아있지 않은 거친 침묵뿐.


이 마음을 다스릴 곳이 없다.


시든 꽃을 다시 고개 들게 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건 무얼까

그저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새로운 꽃 기다릴 뿐


겨울이 온다 하여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꽃들이 흙을 움켜쥔 채

자기 몸을 뜯으려 달려드는 벌레들을

꿋꿋이 이겨내며

잔혹한 시간을 지나오듯

우리도 어쩌면 더 붉은 꽃을 피워내려

이토록 질긴 아픔을 견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픔들이

내 삶이라는 꽃에

더 많은 아름다움을 더할 거라 믿어볼 뿐

담담히 저 꽃을 닮겠노라 웅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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