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일월 Mar 25. 2024

금사빠 1인자의 도약과 도망

소개팅 어플녀 #3

이 동영상의 스크립트 입니다.



그와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먼저 들어가 있어, 담배피고 갈게.”



난 메뉴를 골랐고, 7분이 지났다.



‘얘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집에 간 거 아니야?’


우리는 6번이나 만났는데, 그에 대한 신뢰는 하나도 없다니 놀라웠다.



파렴치한을 좋아하고 있었을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너 얼굴이 왜그래? 애가 왜 사색이 돼있어?”


그날 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에게 꿈 내용을 말하니


상사병이라고 했다. 위험하다고.


나는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했고.


그는 답장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그에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 말했었는데


그는 그 문자를 읽고 두달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트라우마.


나는 두려웠다. 난 두려움에 가득찬 하루를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두려움을 자양분으로 썼을텐데.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을텐데.


나는 더이상 그럴 에너지가 없었다. 20대가 아니었다.



월요일 오전, 직장인들이 제일 짜증나는 시간임에도 멈출 수 없었다.


“우리 언제 만나?”


30분 뒤에 다시 보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이렇게 네가 필요할 때만, 멋대로 나타나 내 삶을 헤집을 수는 없어. 원래 네가 했어야 할 일인데, 네가 나잇값을 못해서 내가 대신할게. 연락하지마. 넌 너같은 사람을 만나. 내 마음을 다 알면서 이용해먹기만 하고. 난 너무 순진하고, 넌 정말 나쁘다. 나쁘게 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네게 좋지 않을 거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너를 좋아해. 보고싶을 거야, 무척. 행복해.”


이 문자를 받은 그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아무튼 난 그에게서 도망쳤다.


살면서 이런 선택을 단 한번도 해본적 없다.


도약이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


"있잖아. 이기적인 거 아는데, 네가 딱 이 부분에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바운더리를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그의 말이 이해갔다.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고 내 인생을 헤집어 놓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말한대로 우리는 ‘엄한 인연'이었을뿐,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답장하지 않았고


평일을 꾸역꾸역 보내다 탈이났다. 난 주말 내내 앓아 누웠다.


2주를 웃으며 실실 웃으며 다닌 대가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렇게 아플 거라면 그냥 몸이라도 그의 곁에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누가봐도 내 선택은 옳았다.


나는 여전히 죽어있는 것 같지만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것 따위는 이미 알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