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블랙핑크 제니 아니야?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

by 십일월


친구A가 고민을 토로했다.


"회사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돼. 다른 사람들은 금방금방 친해져서 같이 잘 다니던데, 나만 왜 이럴까?"


사실 처음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너무 황당했다. 왜냐하면 친구A는 회사에 들어간 지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친구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불편한 상태로 지내는 것을 짧은 시간이라고 치부 하기에는 본인에겐 가장 긴 시간일 테니까. 또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모든 상황의 시작에는 필연적으로 '처음'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품고 괴롭히지 아닌 이상,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였기에 별 다른 방도가 없었다. 문제는 친구가 하루하루 힘들어했고, 자신을 비하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 왜 나는 남들처럼 사근사근하게 말도 못 걸고, 바보처럼 혼자 쭈구리같이 있는 걸까?"


난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너니까."


그렇다. 친구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낯도 많이 가리고 말주변도 별로 없고, 먼저 나서서 말을 거는 타입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차분하다고 할 수도 있고,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혹한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그가 좋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친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했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힘들어했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나 또한 마음이 고달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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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블랙핑크의 제니를 보면서 슬퍼했던 적이 있다(진짜 진지하게). 제니는 저리 예쁘고, 피부도 좋고, 몸매도 좋고, 심지어 노래도 잘하고, 랩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구나. 그 자체가 너무 부러웠다. 혹자는 '제니가 뼈 빠지게 노력해서 얻은 자리를 폄하하는 거냐?'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당연히 아니다. 제니는 '제니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서 지금의 슈퍼스타가 된 것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들에 대해,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슬퍼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를 부정한 것이었다. 정말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무슨 비교를 해도 제니랑? 그리고 제니는 연예인이잖아. 그렇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그거다.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그리고 제니랑 나를 비교하는 것이 똑같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부정해서 달라지는 게 없어서 빨리 정신 차림.)


사람들은 흔히 배우 전지현이나 이재용 부회장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데, -심지어 이 사람은 구치소에서 복역 중인데도 내가 더 나아 보이지 않은 기분.- 왜냐하면 나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탈감을 느끼는 대상은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나 내 옆자리에 앉은 직장 동료이다. 허나 사실일까? 지금 나와 바로 닿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정말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나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착각. 우리는 그 착각을 버려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앞서 말한 친구A와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똑같이 중등교육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갔다. 아마 내 또래 대부분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다르다. 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부모님부터 다르다. 아이는 부모님이 구축해놓은 세계를 그대로 물려받아 살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전혀 다른 세계에서 자란 것이다. 우리집은 흰쌀밥만 먹었고, 친구네집은 흑미를 섞어 밥을 지었다. 이렇게 밥그릇의 쌀 한 톨까지 다르게 자란 친구와 내가 얼마나 다른지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얘기하려면 논문 수준의 긴 글을 써야 할 테니까) 따라서 서로를 비교하는 것은 '제니'랑 비교하는 것이랑 다를 게 없다. '왜 나는 누구처럼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까?'하면서 절망할 필요가 없다. 나는 애초에 그 '누구'가 아니고, 그 '누구'처럼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오롯이 내 세계에 안에서의 생각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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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라는 시간이 더 흘렀고, 친구A는 다행히 회사에 완벽 적응했다. 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어쨌든 친구는 이번 계기로 조급함을 조금 덜어내고,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우스개 소리로 이런 얘길 한다.


"나 왜 로제 아니어서 노래 못해? 나 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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