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요?

블랙핑크 제니요...

by 십일월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보통 현생에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을 보완한 이상향을 말할 것이 당연지사. 자연스레 내게 지금 부족한 건 무엇인지 돌아볼 수 밖에 없다.


나는 지난 5년간 경제적으로 안락한 직장인이 될 것이냐, 앞날이 불투명한 작가 지망생이 될 것이냐를 두고 갈팡질팡 하면서 수없이 많은 좌절감을 느끼는 동시에, 내 주제 파악을 매일 같이 했다. 다른 말로 하면 내 부족한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또 다른 말로 하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없는지 잘 알고있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후에 쓰는 글에 묘하게 묻어있는 열등감과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 마음 속 어딘가 한 구석에 박혀있는 자격지심을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고 한참 애쓰는 중인데, 정말 다음 생에 내가 태어나고 싶은 걸 써야 하는 건가..? 이번 주제는 그냥 넘어갈까? 하기엔 지난 주제도 글감이 없다는 이유로 넘겼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태어나고 싶은 걸 쓸까, 고민했지만 그럼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 깝깝해서 친구에게 너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냐 물으니, 다시 태어나도 자기(myself)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 머리야.


제목_없는_아트워크 15.png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의 한 장면


그래... 이제 내 진심을 말해주지...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블랙핑크 제니로 태어나고 싶다. (지난 글에 이어 제니 지못미) 슈퍼스타로 태어나고 싶다. 아니면 방탄소년단의 뷔나 진으로 태어나고 싶다. 오직 그들이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전세계가 나를 주목하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


그렇다. 나는 후천적으로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타고나게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으로 태어나 어딜가도 내게 관심을 보이고, 호의를 받는 그런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근데 능력을 곁들인)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의 참된 매력을 알 수 있는, 진국 같은 사람 말고, 그냥 처음부터 호감이 가는 사람. 또 그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종류를 느껴보고 싶다. 물론 '제니'나 지금의 '나'나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어느정도 비슷하겠지만, 어떤 방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가 궁금하다. 지금과 다른 방식의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 맹목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주고, 내 멋짐을 뽐내는 자리에 돈을 내고, 심지어 행복해하는 팬들... 그와 같은 행복의 느낌이 참 궁금하다. (사랑받는 만큼의 대가를 여기서 논하지는 말자.)


이렇게 다음 생에는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지니고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고 구구절절 쓰긴 했는데 , 이게 딱히 교훈적인 내용도 아니고, 함께 생각해볼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하면 된다!의 희망적인 글이 아니기에) 쓸 때 좀 주저한 것도 좀 있다. 내 찐따 면모만 부각되는 것 같고... 여러모로 찝찝한 글이다... 음...


ps. 근데 나는 나를 제일 좋아함. 당연함. 현생에 만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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