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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ul 29. 2022

유아임용 보지 마. 아니, ‘함부로’ 보지마.

공립유치원교사 좋았던 점

올해의 유아임용 경쟁률이 40:1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아임용은 시험의 특성상 사립유치원 경력자들이 많고 애매한 서술형이 많은데다가 매년 정답공개도 하지 않기에 정말 붙기 어려운 시험이다.

그런 시험을 이악물고 준비하면서 나는 공립유치원교사가 되면 행복할줄로만 알았고, 운좋게 한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3년 6개월 후 사직서를 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경험해본것 자체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 해봤으니까 깨달은것들이 있기에. 그렇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는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전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공립유치원교사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직업이다. 초중등교사와 같은 준7급 교육공무원이고, 안정성과 방학, 이른퇴근시간, 각종 수당과 호봉제, 휴직제도 등등. 아이들을 좋아해서 유아교육과에 간것도 맞지만, 임용고시를 본 이유는  그런 외부적인 요인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아임용을 보기 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그것이다.


내가 평생 유치원교사를 하고싶은걸까?

내가 평생 유치원현장에 남고싶은걸까?


이 질문들이다.

유아임용을 준비하고 합격한 후에는 일단 그만두기 어렵다.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하며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자꾸 떠오르고, 공무원이라는 메리트를 포기하기가 정말 어려운데다 몇년 경력이 쌓이고 나면 아깝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할수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용을 보기 전 고려해보아야 한다. 정말 평생 유치원교사가 하고싶은건지. 승진을 해서 관리자가 되어도 유치원현장에서 학부모민원등을 처리해야 하는것은 변함이 없다. 장학사시험을 보더라도 현장경력 5년이상이 되어야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야한다.


사직서를 쓰기 전, 나는 현장에서 계약직 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선생님이셨다. 그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전 어릴때부터 유치원교사가 꿈이었고, 단 하루를 살더라도 유치원선생님으로 살고싶었어요. 그것말고는 다른 꿈을 꿔본적 없어요.

나는 그말을 듣고 내 자리를 이 선생님께 내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사직서를 쓰겠다고 결심할때에 그 말 또한 도움이 되었다.

-그래, 이 자리는 저런 선생님들을 위한 자리야. 이 자리를 더 기쁘게 가질수 있고,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가르칠수있는 선생님이 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그정도의 마음이 아니라면 유아임용을 보고 유치원현장에 오는 것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무도 자신이 되어볼수는 없어서 해보아야 아는것들도 있기 마련이니 내가 확언할수는 없다. 그러나 유치원현장에 평생 있는다는 것은 보람차고 소중한 일이겠지만 단언컨대 정말로 쉬운길이 아니다.

정말, 정말 쉬운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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