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가서 배타고 잠들면 생기는 일
발리에서 동쪽으로 가면 길리섬이라는 섬이 있다. 그곳은 바로 tvn<윤식당>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윤식당 촬영지는 길리섬 중 트라왕안 섬이지만, 나는 길리섬중에서도 가장 작고 조용하다는 아이르섬의 에매랄드빛 바다와 황금빛 모래사장에 가고싶었다. 해변의 따사로운 일광욕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빠둥바이 항구에서 보트에 올랐다. 잠시 후,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배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녹여먹는 달달한 멀미약을 혀에 붙이고 가만히 있자니 흔들리는 요람위에 있기라도 한것마냥 졸음이 몰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누워서 자기 시작했다.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잠에서 깬 나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상할만큼 속이 쓰려 시간을 확인해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길리섬까진 분명 2-3시간이면 간댔는데 왜 4시간이나 지났지? 그제서야 지도를 켜본 나는 배가 다시 발리로 돌아가고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직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영어를 모른다라고만 한다.
그렇게 5시간이 지나자 나는 다시 배를 탔었던 빠둥바이에 내리고 있었다. 멍한 표정의 나를 보며 직원들이 하하 웃었다. 내 속도 모르고, 직원들은 ‘너 잠들었구나? 하하 우리 오늘 이제 배없어~’ 라며 웃어댔다. 나도모르게 나온 나지막히 읊조리는 욕 한마디에 옆에 서있던 직원은 보트가 또 있다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더니 12만원을 주면 7시간이 걸리는 보트를 태워주겠단다.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얼마간의 실랑이 끝에 돌아오는 표까지 환불받은 후, 나는 보이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앉아 피자와 빈땅맥주를 시켰다. 눈치없게도 빈땅맥주커버에 ‘I love bali’라고 써있다. <기생충>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맥주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발리 사랑하시죠?
빈땅맥주를 한모금 들이키자 따갑도록 시원한 탄산감이 목구멍을 가득 채운다.
-사랑하죠. 사랑이라고 봐야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서빙되어 나온 마르게리따 피자를 한입 먹으니 따뜻한 치즈가 혀위에서 녹아내렸다. 피자를 먹고있자니 갑자기 그렇게 깊이 잠이 든게 억울해서 눈물이 나고,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우스워서 웃음도 난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그대로 눈물젖은 피자를 입에 밀어넣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배낭을 보며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자니 다행히도 우붓에서 만난 친구가 자신이 베트남에 가는 이틀간 집을 봐달란다. 그렇게 우붓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나는 어쩌면 우붓과 나는 운명과 같은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붓이 나를 너무 사랑해서(?) 길리섬에 못가게 잡아둔 것이라는 어이없는 논리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그래도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혼자여행을 떠나왔다는건 목적지를 놓쳐도 깨워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앞으로는 정신을 좀더 바짝 차려야겠다. 목적지를 향해 혼자서도 잘 나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