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 세척기 설치 완료 (2) 가진 것 아껴주기

by 다니엘라



“살림 늘려가며 사는 게 재밌는 거야.
신혼 때 다 준비 못해도 괜찮아.”
하던 선배 언니들의 목소리가
요즘 부쩍 자주 와서 내 귀에 꽂힌다.


900만 원으로 결혼을 했다.
수중에 있는 900만 원이 전부였다.
신용카드도 하나 만들어보지 않았던 나는
현금 900만 원과 찬란한 미래가(?ㅎㅎ)
내가 가진 전부였다.
준비된 친구들은 집을 하는데도 보태고
가전도 신상품으로 착착 사 넣고
그릇을 세트로 사서 넣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우리 부부는 ‘꼭 필요한 것’만
사서 채워 넣었다.
서울 송파의 17평짜리 전셋집에 들어가며
도배장판도 앞에 살던 분들께 물려받고
붙박이장 까지도 고이 물려받았다.
침대, 화장대, 소파, 냉장고, 오븐,
그리고 티브이, 티브이장이
우리 신혼살림의 전부였다.


살림은 하나같이
디자인은 심플한 것으로,
에너지 효율은 높되 기능은 기본만 되는 것으로
떠먹는 요구르트로 치면 ‘플레인’ 맛으로만
전부 구매를 했다.
쪼막 손에 가진 게 별로 없던 나는
가전이나 가구를 하나하나 살 때마다
빠르게 머릿속 계산기를 두들겨야 했지만,
그래도 실속 있게 구매를 하는 우리 부부가
자랑스러웠다.
같은 마음으로
신혼살림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여보, 같은 마음 맞나요? ㅎㅎ)


그 당시 구매했던
우리의 살림은
필요한 친구에게 보내 준 화장대와
다리가 부러지거나 불필요해서
집에서 걷어낸 소파와 티브 이장을 제외하면
결혼 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든든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신혼살림이 심플했던 덕에
살아가며 필요한 살림을 늘리는 재미를
한 껏 맛보는 중이다.
그리고 그 행복의 정점을 찍는 식기세척기가
드디어 우리 주방에 가부좌를 틀었다.


식기세척기가 현관 문턱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참 멀리멀리 돌아왔다.
(말이 많아 미안합니다. ㅎㅎ)


영수증만 무려 네 장을 받으며
야무지게 구매했던
식기세척기가 드디어 603호의 현관에 들어섰다.
그러나 쉽게 들어온 건 또 아니었지.


식기세척기 구매를 완료하고
이틀 후 설치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 기사님이 미리 방문을 해 주셨다.
주방 하부장을 살핀 후
인덕션 아래에 있는 3단 서랍장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덕션을 설치하기로 했다.
주방에 있는 유일한 서랍장인데,
3단을 모두 드러낸다 하니
사실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싹 청소하고,
수납장이 모자라면
살림을 줄이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다음날 사용하지 않던 매립 가스레인지의
가스관을 철거했다.
식기세척기가 놓일 자리 뒤쪽에 가스관이 있어
위험했기에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비용: 7천 원



다음 날 부엌 철거 기사님을 만났다.
고개를 까딱까딱 하시더니 3단 서랍장을
순식간에 쏙 빼서는 냉장고 옆으로 옮겨 주셨다.
나중에 이사 갈 때 서랍장이 없으면
다시 하부장을 짜 줘야 하니
창고에 잘 보관해 두라는 말과 함께
작업을 마무리해 주셨다.
비용: 무료 + 시원한 생수 한 병



텅 빈 3단 서랍장 자리를 쓸고 닦고
바라보며 이틀을 보내니
식기 세척기 설치 기사님이 오셨다.
배관 연결을 하고
미리 사 둔 고용량 멀티탭을 전원 코드와 연결하고
식기세척기를 깔끔하게 설치해 주셨다.
주방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지만,
식기 세척기가 자리를 잡자
새 주방이 된 것 같았다.
새 것을 바라볼 때의 기쁨이란!




잔뜩 설레는 맘으로 식세기를 영접하고
사용법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들뜬마음에 실려
사용법 설명은 절반쯤만 귀에 들어왔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야지.
오래오래 고민했던 식기세척기가
드디어 우리 집에도 입주를 했다.
앞으로 잘 쓰고
잘 가꿔줄 일만 남았다.
역시 살림은 늘리는 재미가 있다.
정말이다. ㅎㅎㅎ


고용량 멀티탭(4000w 이하/5미터): 25,570원
식기세척기 설치비용: 무료 + 시원한 생수 한 병
(사은품: 식세기 전용세제 한팩, 식세기 린스 한통)


이상으로 식기세척기 구매 대장정의
말 많고 고민 많았던 화려한 막을 내립니다.
(몇 주 써보니 좋네요. ^^)


끝.


함께 읽으면 좋아요. ^^ 식세기 구매 이야기!

https://brunch.co.kr/@felizdani410/22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국맨숀의 촘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