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조잘대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이유.
“엄마, 내가 다리 찢는 법 알려 줄게. 엄마 못하지? 이것 봐봐요.”
“엄마, 웃긴 이야기해볼게. 흔한 남매에서 으뜸이가.......”
“엄마, 태권도에서 피구를 했는데, 정말로 신기한 일이 있었어. 우리가 형아들을 완전히 이겼는데, 왜냐하면......”
“엄마 손가락 없어지는 마술 해볼게요. 엄마 잘 봐야 돼.”
여덟 살 난 첫째 아들과 일주일간 온종일 붙어 지내다 보니 새삼 아이가 조잘조잘 말이 많음을 알게 된다.
골목식당에 나오는 ‘백설명’ 대표님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할 말도 많고, 설명도 장황하다.
집안일을 포함하여 특별히 처리해야 할 일이 없다면, 아이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가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나 접속사의 과다한 사용 등을 마주하면 금방 집중력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웃긴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해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웃어야 할지를 모를 때가 제일 난감하다.
아이가 더 어렸을 적엔 아무 포인트에서나 웃어도 아이가 좋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얼토당토않은 구절에서 내가 웃거나 반응하면 아이는 엄마는 거기서 왜 웃냐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안타깝게도 집에서 아이와 지내다 보면
넘치는 집안일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그러한 경우에는 집안일부터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의 형편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혼자 놀다가도 갑자기 달려와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절반 정도는 귀를 기울이고 절반 정도는 넋이 나간 상태로 집안일을 해가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틈만 나면 조잘거리고 싶은 아이에게 온전히 반응해 주고 경청해 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
듣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체력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듣는 일보다는 말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자신의 관심사에 힘을 쏟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뜬금없는 상대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려 하면 엄청난 에너지를 동반한 노력이 든다.
게다가 관심 없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이야기마저도 ‘온전히 집중해서 듣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경청은 곧 관심이고,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하는 모든 말에
온전히 경청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말을 멈추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적절한 주의만 기울여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는,
부모는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늘 관심을 갖고 있음을 인지시켜주어야 한다.
며칠 전 읽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M. 스캇 펙의 책에서 찾은 보석 같은 파트를 공유해 보겠다.
“끝으로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특별한 점을 이해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기꺼이 당신 말에 순종하고 당신이 그들을 대한 것과 같은 존경을 돌려줄 것이다. 당신의 가르침이 그들의 특성에 적합한 것이면 아이들은 더욱 당신의 가르침을 열망하게 된다. 그리하여 배우면 배울수록 더욱 특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의 순환적인 성격을 파악했다면 제대로 아는 것이며 사랑의 상호성의 진리를 이해한 것이다. 하강하는 악순환 대신 이것은 발달과 성장의 창조적 상승숭환이다. 즉, 존중이 존중을 창조하고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앞을 향하여 더 빠르고 빠르게 사랑의 2 인무를 추며 회전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p.180-181
경청은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을 경험하며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한다.
그리고 경청은
아이의 건강한 마음을 살찌우는 특별한 양분이 되어준다.
하루 종일 떠들어대는 아이를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내 사랑하는 아이임을 잊지 말고
조금씩 아이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가면 참 좋겠다.
오늘 하루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나에게 하는 첫 번째 이야기만큼은 온전히 집중해서 들어주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