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남긴 집에 대한 분통터지는 현실에 대해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를 읽고

by 이정인

[책]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저 / 현대문학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중 하나인 전세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재산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결국에는 이러한 선택을 본인이 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이 책은 임대하여 집을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진짜 읽는 내내 분통이 터진다. 왜 부동산시장 구조는 이래야 하는지,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소설가 분들이 이러한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해준다. 막연히 기사의 헤드라인만 읽고 피상적이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집을 둘러싼 적나라한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집을 둘러싼 고민과 갈등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소설은 제일 먼저 읽은 장강명 작가의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라는 작품이다. 촘촘한 취재를 바탕으로 전세사기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알려준다. 보는 내내 이렇게 방법이 없는 걸까 싶지만 우리가 생각한 안전망이 하나둘씩 되살아나지 못하고 꺼지고, 절망으로 내몬다. 진짜 읽는 내내 분통이 터진다라고 밖에. 특히 사인 간의 거래라고 적극 개입하지 못하다가 서울의 모 재건축단지의 문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이중적인 모습에는 진짜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들이 겪고 있는 전세사기는 한국에서 수집년 동안 발생했던 전세사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기꾼 한두 명이 집 한두 채로 벌일 수 있는 범죄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사악하고 치밀한 설계를 했다. 집값이 계속 급등하고 있고, 빌라가격은 아파트 가격보다 시세를 알기 어려움을, 청년들이 전세 대출로 수억 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음을,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다른 임차인 현황을 알 수 없음을, 그렇게 청년들에게서 받은 보증금에 제2금융권 대출을 더해 다른 건물을 또 짓고,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음을 간과한 누군가."(64쪽)


몇년전 중개사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빌라를 짓고 매매금액보다 더 비싼 전세를 놓는 경우도 많다고. 그러면 깡통전세가 되는 것이라고. 전세사기의 수범은 다양하게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의 여러 전세사기 사건은 허점투성이인 부동산제도가 곪아서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고통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피해자들의 몫이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사기당했지만,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적인 괴로움만 더해진다.


"나약해서 죽는 게 아냐. 분통이 터지는데 분통을 터뜨릴 대상을 찾지 못해서 자기영혼을 파괴하다가 죽는 거야."(78쪽)

"국회에서 전세사기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적 재난은 아니며, 사인 간에 발행한 모든 사기 사건에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82쪽)



부동산을 공부하다보면 제일 의아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부동산등기는 공신력이 없다는 것. 애초에 부동산에 있어 소소한 개인간의 거래는 관여할 수 없으니 각자 잘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포기하는 마음일까? 가벼워지자는 주문일까.? 얼마전 전세사기로 경매에 넘어간 집들을 사기 위해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는 기사를 보니 포기하는 마음쪽으로 기울면서 더 서글퍼진다.


부동산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자가냐 전세냐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 '안녕 빛나는 나의집'을 연재하면서, 일주일 단위 발행을 못지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 안에 이 주제가 차오르지 않을 탓도 있었지만 게으름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집에 대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잠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부동산시장환경에 대해 가슴아픔을 통감합니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멈추고, 2026년 새해 (거의)매일 쓰는 용기있고, 계속되는 글쓴이로 거듭나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 살펴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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