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이 가득한 엄마의 집

엄마집을 살펴보다 짠한 마음이 들어찹니다.

by 이정인

나만 보고 나만 생각했습니다. 아빠 생일이라 친정집을 들렀습니다.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엄마의 집은 오래된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안방을 보면서 베이지색 장롱이 이사와 함께 와서 아직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가 잔뜩 묻어있는 장롱을 보자니 그냥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당시 파격적인 밝은 색의 꽃무늬가 그려진 장롱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장롱 좀 사시지 하는 마음이 밀려왔지만, 기능을 하고 있으니 멀쩡하다고 얘기할 엄마의 목소리가 또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큰돈을 벌지 않았지만 돈을 모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알뜰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욕탕에 들어서니 아주 오래전 사드린 칫솔 살균기가 그대로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마음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식이 사준 것이고, 특별한 고장이 없기에 걸어둔 것 같았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얘기하며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리거나 중고로 파는 요즘 세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부모님의 집이 이렇게 올드해질 때까지 나는 나만 보고, 나만 잘 사는 방법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인테리어를 해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예쁜 집을 꾸밀까 골몰해 있었던 게 아닌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집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것들은 과감히 대신 버려(?) 드리기도 하고, 무조건 아낀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지내시게. 오로지 자식 걱정,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신 분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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