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에 얽힌 기억과 생각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였던 어느날입니다. 아래층에서 요란스럽게 우리 집 벨을 눌렀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뛰는 거 아닌가요?"
매트를 깔았지만 아이들의 움직임에 아랫집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비교적 가볍고 짧게 대화가 오고 가고 고성이 오가는 시비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2~3번쯤 아랫집에서 벨을 눌러 항의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들은 방으로 숨었습니다. 그 화살이 자신들을 향할 것임을 알기도 했지만, 낯선 어른이 항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공포였으니까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그럼 괜찮았을까요. 이건 하늘이 도운 것인지 친구네 집이 아랫집에 있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면 묻곤 했죠.
"시끄럽죠? 괜찮으세요?"라는 나의 물음에
친구엄마는 "괜찮아요. 아이들 웃음소리 듣기 좋아요!"라며 한없이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즐겁지 않은 소음마저 이해와 배려를 해준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친구엄마가 아랫집에서 4년을 살다 떠났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저희 이사 가요. 왠지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시끄럽다거나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신호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끝까지 상대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고 차분히 설명해 주는 모습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새로 이사 온 곳은 층간소음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릅니다. 누구인지 특정 짓지 않지만 소음 발생에 대해 조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지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습니다.
"3호 라인 새벽 5~6 시대 청소기 소리 조심해 주세요"
"4호 라인 쿵쿵 걷는 소리, 드르륵 소리 조심해 주세요. 밤에는 슬리퍼를 심어주세요"
당장 슬리퍼를 샀어요. 아이들은 힘도 좋아 걸을 때 쿵쿵 거리는 소리를 가끔 듣거든요. 물론 어른들도 걷다 보면 쿵쿵거릴 수 있는데 밤 시간대 더욱 조심하고 있어요. 얼른 엘리베이터의 소음 발생 공지가 사라지길 바라며.
아이들 키우는 집이라면 층간소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파트인데. 사실 발걸음 소리는 어른이 힘주어서 걷는 걸음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잘 들리고, 어떤 날은 잘 들리지 않는 날이 있으니 정말 알쏭달쏭합니다. 함께 사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얹고 싶다면 상대를 이해하려는 여유로운 마음도 함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가 제일 안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