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저녁 있는 삶을 즐긴 어느 날, 이상한 풍경과 마주하다.

by 이정인

연차의 막바지를 즐긴 어느 날. 6시에 학원가는 아이들을 위해 이른 저녁을 먹고 가볍게 남편과 동네 한 바퀴를 돌다 이상한 풍경과 마주했습니다.


집 건너편 아파트에 꺼진 불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절반도 아니고 어림잡아 거의 삼분의 2는 집에 없었어요. 7시 30분인데? 저도 남편도 늦어도 7시 10분이면 귀가하는데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다른 동을 보아도 형편은 마찬가지였어요.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 출퇴근하는 회사들이 다 얼마나 멀기에. 우리 회사에서 50분 출퇴근거리인 제가 비교적 양호한 편인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집이 가장 예쁜 햇살 가득한 시간들을 즐기지 못합니다. 그나마 주말에는 푹 꺼질 듯 자기 바쁘니까요. 꽤 슬퍼집니다.


그런 생각을 담은 채 발길을 돌리는데 음 불빛이 가득한 공원 앞 시청건물. 우와 거의 모든 칸마다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연말에 가까워 와서일까. 왜 집에 안 가고 일들을 하는 거지? 집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통근거리가 아니라 회사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매불망 영혼을 갈아 부어 집을 샀지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조금만 우리의 영혼이 여유를 가진다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지. 눈부신 낮시간대의 집을 즐길 수 없고, 먹고 씻고 자기 바쁜 저녁. 퇴근후 식사를 마치고 조금의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야근 없는 삶을, 근로시간 단축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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