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겁다. 매일 회사에 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자존감이 박살이 나버린 것 같다. 직장 상사인 A 씨가 하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입을 다물게 되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 나는 분명 사무직으로 지원하고 입사를 했는데 근무시간 중 30%는 현장에 가 있어야 한다. 현장에 가면 그 사람이 있다. 현장에서 나는 벌거벗은 것처럼 몸이 굳어 평소에 잘하던 행동조차 삐걱된다. 그럴수록 언성이 커지는 그의 목소리. 짜증 섞인 말에 대답을 하려다가도 무슨 말이든 변명으로 들을 테니 내가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저 그 상황이 회피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막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 뭐가 그렇게 많은 걸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매우 답답해했을 것 같다. 왜 아무 말도 못 하냐며 지금의 나에게 짜증을 냈겠지. 나도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답답하고 괴롭다. 여전히 나는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를 속이고 나에게 맞지 않는 가면을 억지로 쓰려했던 것 같다. 나는 나약하고 모진 사람이다. 남들만큼 할 수 없고 나아갈 용기도 내일을 살 마음도 기대도 없다. 이 모든 게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