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자
정확히 1주일 독감에 걸렸었다.
1년에 한번 오는 행사에 놀러 온 여행객들처럼 세포들이 신나게 뛰어놀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편의점 알바가 합격하고, 3일간 실습을 나가야만 했다. 국가근로 아르바이트와 함께 편의점을 병행하다 보니 정신이 맹했다. 부족한 잠에 몇 번씩 지각을 했다. 당연히 윗선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들은 내가 두 탕을 뛰고 있는지 모르니 어쩔 수 없지만 괜스레 서럽긴 했다. 근로를 나와도 엎드려 있기 바빴다. 눈치는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근로가 끝나면 바로 실습을 나갔다. 끝나면 대부분 1시였다. 3일간의 실습이 끝난 후, 금요일부터 본격적으로 편의점 알바에 투입됐다. 11시부터 하는 야간 아르바이트라 근로가 끝나는 6시부터 11시까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근무를 시작했다. 다행히 실습을 하며 배웠던 행동요령에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아직 서툰 터라, 튀김기를 설거지할 때 온몸에 물이 다 튀었다. 편의점 특성상 매장의 온도를 일정 온도에 맞춰야 했기에 정말 추웠다. 카운터 밑에 있었던 온열기에 한 시간 정도 몸을 데우고 나니, 좀 괜찮아졌다. 문제는 잠이었다. 미숙한 행동에 2시간이면 끝날 일을 4시간이나 걸렸다. 3시부터 조금씩 잠이 쏟아졌다. 50분에 한 명씩 오는 손님들 덕에 더욱 나태해져서 잠이 계속 쏟아졌다. 안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맞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책을 읽으면 더욱 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책의 후반부라서 집중이 잘 됐다. 그때 읽은 책은 강희영의 《최단 경로》였다. 모든 걸 잃은 애영이 스위스의 안락사 업체에서 안락사 통보를 기다리며 죽은 조모와 딸에게 그녀가 죽게 되면 길을 알려주고자 로드맵을 배우는 내용이었다. 책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담담하고 편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할 내용도 많아서 몇 번이고 밑줄을 그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보니 6시가 되어 매장 정리를 하고 계산을 확인하니 퇴근시간이 됐다. 1월 말의 7시는 아직 밤이 깊었다. 5분 거리에 있는 집까지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침대에 눕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현관을 열자마자 양말만 대충 벗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간 고민했던 문제들과 절교했던 친구들이 꿈에서 뒤섞였다. 가끔은 너무 꿈속에서 괴로워서 한두 번씩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억울했는지 모르겠지만, 억울하다며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그렇게 잠에서 미친 듯이 빠져 있었다. 그러다 문뜩 알바 생각이 났다. 눈 떠보니 오후 10시였다. 15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서둘러 편의점에 도착 후 근무에 투입되었다. 하루 만에 몸이 좀 나아진 기분이었다. 어제는 4시간 걸린 일이 3시간 내로 끝났다. 남은 시간엔 책에서 밑줄 그었던 부분을 필사를 하고 생각나는 문구를 적었다. 그렇게 다시 근무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뻗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월요일 2시가 되었다. 주말이 통째로 사라졌고 독감은 콧물만 조금 남긴 채 사라져 있었다. 주말을 모두 잃은 것 같아 조금 슬펐다. 하지만 몸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워졌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했다. 근로 시간에 업무를 마친 후에 여유 시간에 책을 읽었다. 민음사의 <항구의 사랑>이었다. 책이 놀라울 정도로 잘 읽혔다. 독감으로 앓았던 1주일이 거짓말 같았다. 다시 평범한 생활이 시작됐었다. 어느새 평범한 밤이 찾아왔다. 오늘의 잠에 감사하며 오늘은 조금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