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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일환 Oct 10. 2021

아이에게 어른이길 바라는 마음

어른은 치사하다

아이는 종잡을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어른스럽다가도 어떨 때는 다시 아기로 돌아간 것만 같다.


나는 그것이 아이의 상태에 따라 나의 느낌이 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꾸만 변하는 것은 나의 상태였다.


어른의 아이 대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변덕스럽다.

자신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아이가 아이답길 바란다.

자신들이 지쳐있을 때는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길 바란다.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은 정말 이상한 사람일 것 같다.

'나더러 도대체 어쩌라고?'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어른은 치사하다.

자기가 유리할 때는 어린아이 취급하고,

자기가 불리할 때는 왜 어른스럽게 굴지 않냐고 타박한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에게 아이처럼 행동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어른은 아이에게 자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강요한다.

아이의 세계관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세계관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한다.

결국 아이는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낸다.


기어이 아이의 어른 흉내를 보고 나면 어른의 깊은 심연에서 거대한 자괴감이 밀려온다.

막상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느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자괴감과 슬픔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이다.


아이가 어른처럼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살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아이를 어른처럼 꾸미고, 자발적으로 슬픔에 빠지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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