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 줄 아세요? 자주 이용하는 반려동물 쇼핑몰이 있거든요. 문득 문 닫으면 어째. 사장님이 오래오래 운영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은 다니는 동물병원을 떠올리고는 원장님이 은퇴한다고 문 닫으면 어떡해, 오래 버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연말에는 아기를 데리고 월모임에 참석해 볼까. 내년부터는 센터에서 하는 티타임에 틈틈이 참석하면서 시동을 걸어야겠다고 미래를 계획했어요.
아기가 자라서 흰둥이 이름을 부르는 날이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삐져서 "흰둥이 미워"라고 소리 지르며 우는 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흰둥이가 있을까?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나 왔다! 흰둥아"라고 외치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상상하면서도 7년 후가 까마득하게 느껴졌어요. 흰둥이가 있을 거라고 확신은 하지 말자. 그저 있어주면 좋겠다. 허약한 아이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달라는 말이 욕심이고 사치인 것 같아서 겸손하게 속으로만 생각했어요. 오래 아니더라도 건강하게만 지내다 가렴. 아니 가게 해주세요. 제가 곱게 보낼게요. 이런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제가 남편한테, 지인들한테 했던 말이 있어요. 우리 흰둥이 고향별 가기 전까지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고향별 가면 그땐 반년 정도 속세하고 거리두기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오겠다고. 이렇게 일찍 갈 줄 몰랐어요. 아이가 어려서 그렇게도 못 해요.
제가 비즈니스 코칭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거든요. 흰둥이와 아이를 중심에 두고 일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요. 특히 둥이는 이제 노년을 향해 가는데 재작년에 흰둥이가 폐렴으로 입원하고 종괴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가 아플 때 제가 곁에 있어줄 거라고 다짐했어요. 돈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곁에 있어주고 싶어서 그걸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어요. 그나마 24시간 곁에는 있어줄 수 있네요.
사그라드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이 두려워요. 해가 떨어지면 가슴을 쥐어짜듯 아프네요. 병원을 자주 다니기는 했어도 10살도 안 된 흰둥이와 혈관육종으로 이별을 준비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육아를 돕느라 많이 힘들었나 봐요. 너무 스트레스였나 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본견이 삼키고 소화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지가 개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서 이제 좀 즐겁게 애개육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떠나려 하네요. 자기 때문에 조리원도 안 갔는데, 힘들고 천근만근 같아도 바깥공기 한번 쏘이려 아기 데리고 나갔는데, 흰둥이가 줄이라도 끌면 힘들어서 성내면서도, 더 걷고 더 냄새 맡으라고 멀리 돌아서 산책로를 걷던 일들이, 흰둥이를 위한다고 했던 일들이 흰둥이에게 얼마나 버거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무식하고 가혹한 보호자가 된 것 같아요.
이유식하면서 흰둥이 잘 챙겨 먹이는 게 좋아서, 후기 이유식 접어들면 간식 많이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하면 둥이한테 조금이라도 더 해줄지, 아기 어린이집 보내고 여유로운 산책 많이 시켜줄 생각했는데, 한 박스 남은 배변패드를 뜯으면서 배변패드를 다시 살 일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처지가 되었어요.
이제껏 못 견딜 정도로 육아가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거든요. 우리 흰둥이가 부정적인 에너지 다 받아갔던가 봐요. 아기는 흰둥이 이름도 불러보지 못하고, 흰둥이와 놀아본 기억 없이, 흰둥이는 옛이야기 속 강아지가 되려 합니다.. 머지않아 내 일부를 내놓아야 해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 인생인데 사소한 것조차 내다보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19일째에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