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생 처음 long time driving에 나선 쭈니는 쫄지도, 좋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품에 안겨 수시로 변하는 창밖의 풍경만을 주시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강원도에 위치한 애견 펜션이었다.
펜스가 둘러쳐진 대운동장에 제법 규모 있는 수영장이 갖춰진 곳이었다.
어미들은 펜션에 입실하기 전에 이미 시장 여기저기에서 맛난 음식들로 배를 채웠고, 아이들 또한 다양한 간식들을 여러 어미로부터 받아먹으며 배고픔을 잊은 터라 아이들은 곧장 운동장에 방류(放流)되었다.
견생 처음 드넓은 잔디 운동장을 밟아 본 쭈니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여기저기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차에서 안면을 트고, 한 유모차를 셰어 했던 슈나우저 형, 누나들을 익숙하게 지나치던 쭈니는 놀자 달려드는 안면부지(顔面不知)의 푸들과 닥스훈트에 흠칫 놀랐다.
"놀자! 놀자!" 달려드는 적극적인 닥스훈트에 기겁해서 냅다 도망치기 시작한 쭈니.
하지만 그에게는 큰 핸디캡이 있었으니 개답지 못하게 느린 달리기 실력이었다.
평소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또각또각 우아하게 달리느라
한없이 느린 쭈니의 달리기 실력.
다리 길이가 자신의 반밖에 안될 만큼 짧은 닥스훈트에게도 꼬리가 곧 잡힐 만큼 따라 잡힌 쭈니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이내 뒤가 허전해졌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니 어느새 닥스훈트는 유키 누나에게 집적대고 있는 게 아닌가!
기겁하고 도망 다녀 놓고선 나름 쫓기는 재미가 있었던 것인지 닥스훈트를 도발하더니 그의 꽁무니를 쫓아 놀기 시작했다.
유키 누나, 쎄리 누나, 크리미 형아는 역시 어른답게 차분한 매너로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쭈니는 어른의 매너란 걸 좀 배웠던 걸까?
조금 차분해진 모습으로 형, 누나처럼 똥꼬 냄새 인사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하기도 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 하얀 포메라니안 친구와 맘이 통해 같이 달리기도 하고 눈 맞춤도 하면서 여행과 애정의 달달한 맛을 즐기던 쭈니는 크리미 형아의 방해로 인해 아쉽게도 그녀와의 썸을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 뛰어놀다 보니 엄마가 생각났는지 냅다 뛰어오던 쭈니를 보자니 폭소가 터져버렸다.
여행 오기 전 셀프 미용으로 쭈니를 이쁘게 단장해주겠다는 야심 찬 결심으로 애견미용기기를 사들였고, 다양한 YouTube 영상을 보면서 미용기술과 디자인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렇게 처음 도전해 본 미용은 대참사를 낳고 말았다. 마음과 달리 움직이던 손으로 인해 여기저기 손보다 보니 펭귄이 되어버린 것이다.
잘생긴 슈나우저가 못생긴 펭귄이 되어 뛰어오는 모습이란...
웃음이 나질 않는다면 변연계(邊緣系, limbic system)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할 만큼 강력히 웃겼다.
엄마의 실수로 못생겨졌지만 그저 신나게 뛰어놀고 냄새 맡는 쭈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몹시 흐뭇해졌다.
아무리 강원도라 해도 한 여름은 짜치게 덥다.
하여 펜션에서 가득 물을 담아 준 수영장에 털복숭이들과 함께 들어가 열을 식히기로 했다.
여행이 처음이니 수영 경험 또한 전무함이 마땅한 쭈니는 크리미 형아와 함께 튜브를 타고 놀기로 했다.
튜브 위의 쭈니에게 물을 살살 뿌려주고, 튜브도 밀어주며 물에 익숙해지게 했다.
처음엔 덜덜 떨더니 이내 아가다운 호기심이 더 앞서게 되었는지 물에 뛰어들 듯 튜브 가장자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쭈니를 안아 과감히 물에 넣어줬다.
"첨벙첨벙첨벙첨벙"
쭈니는 세상 그렇게 우렁찰 수 없을 만큼 앞발을 첨벙이면서 수영을 했다.
수영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엄마.
쭈니의 앞발이 점점 더 거세게 물살을 가를 수록 그에게 전해져 오는 메시지는 명확해졌다.
"살려줘! 엄마!"
생존 수영하느라 앞발에 힘을 너무 줬던 쭈니는 다음 날 근육통에 신경질이 늘었다는 후문이...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되어 이젠 추억이 되어
나의 여름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
가수 이정석의 노래 "여름날의 추억" 속 가사이다.
같이 여행했던 쎄리, 유키, 크리미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강아지 별로 돌아갔고, 개린이었던 쭈니는 노견이 되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쎄리, 유키, 크리미는 추억이 되었고
그날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언젠가 우리 쭈니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으면
추억 속 그날처럼 신나게 뛰어와서 반갑게 맞이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