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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모 Dec 29. 2023

팀장님들이 기억하면 좋을 제갈공명의 질문

조조를 이길 방법을 각자 손바닥에 한번 써볼까요?

삼국지는 참 이래저래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다. 영웅호걸들의 의리와 배신, 기상천외한 전략,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멋들어진 메타포 등 지금 다시 읽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자극이 있다. 나는 이 삼국지 이야기 중에서 개인적으로 적벽대전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영걸전이라는 삼국지 게임을 하며 적벽대전 부분을 몇일 동안 밤새서 공략했던 기억이 난다.


적벽대전 에피소드야 말로 삼국지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초인같은 공명의 전략(심지어 남동풍도 같은 편으로 섭외를 하드라), 공명이 너무 미운 주유의 불쌍한 2인자의 삶,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씬(특히 물과 불이 모두 나오는 전투인데 어찌 재미가 없을 수 있을까), 나중에 재치있게 도망치는 공명가 그를 못잡는 주유의 모습까지 감동과 재미,통쾌함 등이 모두 녹아있다.  


오늘은 이 가운데 적벽대전을 앞두고 공명과 주유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집중하고 싶다.    


주유 : "조조를 이기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공명 : "우리 서로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손바닥에 써서 서로 보여줘볼까요?"


역사가 스포인만큼 정답은 화공이었는데, 오늘따라 문득 이 공명의 질문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이 든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말이지 많은 안전장치가 달린 질문 스킬이다.


1) 주유가 같이 화공이라 적을 경우

- 주유와 공명의 비전이 연계되는 결정적 순간이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정답은 화공이야!'라고 한게 아닌 서로의 자율성에 근거한 이런 극적인 공감대는 천금을 줘도 형성할 수 없는 '동기'라는 개념을 형성해준다.


2) 주유가 다른 답을 적을 경우

- (공명이 살짝 당황했겠지만) 서로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이렇게 합의한 내용은 앞으로 전쟁을 준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견을 미리 막아준다. 생각해보면, 이런 대화 없이 적벽대전이라는 큰 거사를 준비하다가 서로 갈등이 생긴다면? 더 엄청난 파국이 발생했을 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서로의 생각을 맞춰볼 수 있게 유도한 공명의 기가막힌 질문 스킬이었다.


조직에서는 어떨까?

실제로 많은 팀장과 팀원의 소통의 불협화음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팀장과 팀원이 어려움을 겪는 소통 주제가 의외로 '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이다.


같이 조직생활을 하고 같이 장시간 회의를 하고, 같이 임원에게서 업무 지시를 받아도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과제)'는 놀랍게도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에이, 당연히 지금은 이 업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우리 팀원들(팀장님)도 생각하겠지'하고 거기에 많은 인풋을 투자했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런 이격은 늦게 발견할수록 손해이다.


연초와 연말 때 팀장이 탐원에게 이러한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연초 : "올해 당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 세가지는 무엇인가요?"

연말 : "올해 당신의 최고 성과 세가지는 무엇인가요?"


아주 간단한 질문이나, 이 질문에 대해 서로 생각해본 후 팀장과 팀원이 대화를 나눈다면 많은 갈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둘의 생각이 같다면 하이파이브와 함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구!', 생각이 다르다면 '그렇구나, 네 말도 맞다!, 그럼 이건 어때?'하며 대화를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다. 이러한 대화 방법은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확실히 부드러운 공감대를 만들 수 있고, 이는 결국 팀장과 팀원의 신뢰구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이 세상의 많은 공명 팀장님과 주유 팀원을 응원한다. (나도 주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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