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금요일, 의원님이 대표 발의하신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교육위원회 대안에 포함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 의원님이 대표 발의하신 법안이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라 기뻤고, 특히 그 법안이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내가 직접 기획하고 성안했던 첫 작품이라 더욱 기뻤다. 언젠가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 운명이지만, 그래도 돌아가기 전에 손에 잡히는 결실 하나는 얻고 갈 수 있게 되어 뿌듯하고 한편으로 감사하다.
2. 일명 ‘지방의대 허위지역인재방지법’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번 법안의 주요 골자는 해당 법령에 근거해 이미 지방대 의과대학에서 운영 중인 지역인재전형의 지원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지역인재 별도 선발의 취지와 본질을 현저하게 실현하자는 것이다. 기존법에서는 지방대 의과대학에 대하여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도록 권고했고, 이때 지역인재의 요건은 해당 지방대학 소재 지역의 고등학교 재학 또는 졸업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방 소재의 전국단위모집 고등학교 출신자에게 빈틈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수도권에 거주하여 지역인재로서의 실질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하지 못하게 우대를 받는 경우가 발생해왔다.
2-1. 이에 강민정의원안에서는 지방대 의과대학에서 지역인재전형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며, 이때 지역인재의 요건을 해당 지방대학 소재 지역 내 중·고등학교를 모두 재학 또는 졸업하고 그 6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거주한 자로 다시 정하여 지역인재들의 졸업 후 해당 지역 정주 유인을 대폭 강화하려 한 것이다. 최종 대안에는 지역인재전형 운영 의무, 비수도권 지역의 중학교와 해당 지방대학 소재 지역의 고등학교 재학 또는 졸업, 해당 기간(6년) 내 각 학교 소재 지역 거주 의무로 소폭 완화된 내용이 포함되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개정법은 2022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가 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지역인재전형 운영 의무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3. 지역인재전형의 운영 취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지원자의 관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출신 배경에서 나오는 교육환경의 격차와 이에 따르는 결과의 불평등을 일정 부분 보정하려는 ‘적극적 우대조치’로서의 취지다. 지역인재전형이 수도권 출신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은 대부분 이 첫 번째 취지에 대한 반대로부터 나온다. 지역 간 불평등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불평등하더라도 적극적 우대조치는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는 해당 지방대학 소재 지역의 관점에서 해당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발전에 공헌할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연고인재 양성’으로서의 취지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필수 인적자원이 보장되어야 하기에 제도적으로 일정 비율만큼은 지방대학이 해당 지역의 인적자원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3-1. 특히 두 번째 취지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현행법에서는 지방대학의 의약학 계열 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을 특정하여 지역인재전형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의료와 법률지원이라는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과 함께 이 두 영역은 각각 교사, 의사, 율사라는 전문직을 통해 구현되며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달리 말하면, 해당 서비스들의 물리적 접근권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 인권으로서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서비스’가 공교육의 형태로 물리적 접근권의 격차만큼은 최소화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는 상당 부분이 자유시장에 맡겨져 지역에 따라 최소한의 물리적 접근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인재전형은 그런 물리적 접근권의 격차를 필수영역에서라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도록, 해당 전문직의 양성과정에서 지역 정주 유인이 충분한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선발하여 그들이 졸업 후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배치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즉, 이는 단순히 입시 과정에서의 ‘적극적 우대조치’를 넘어서 모든 국민이 거주지역을 이유로 필수서비스의 접근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최소수준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인권정책’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3-2. 그러나 필수서비스에 대한 폭넓은 수요에도 그 공급은 제한적이기에, 공교롭게도 그 고도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각 전문직의 가격은 비싸다. 특히 해당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 맡겨져 있을수록, 해당 전문직의 가격은 더욱 비싸지고 그 자격을 얻는 데에 더 높은 진입장벽이 발생하며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진다. 과열되는 경쟁은 수도권 출신 지역인재라는 ‘편법’을 가성비 좋은 ‘비용’으로 둔갑시키고, 그런 ‘편법’을 제한하는 정당한 규제마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역차별’로만 인식하는 거대한 착시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열은 결국 경쟁의 본질을 망각하게 하고, 마침내 쟁취한 자격에 마땅히 지워져야 할 고도의 공공성마저 저버리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친다. 작년 하반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공의대 설립 논쟁과 의대생·전공의 파업, 그리고 일명 ‘전교1등 카드뉴스’까지도 모두 결국에는 과열된 경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자들이 그들이 획득한 그 자격을 ‘경쟁의 산물’ 내지는 ‘승리의 보상’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아버리면서 발생한, 경쟁을 위한 경쟁이 낳은 인식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성을 저버린 그들을 탓할 게 아니다. 공정한 경쟁만이 최선인 것처럼 몰아붙이면서 정작 공공성을 저버리는 데에는 무심했던 폭력적 구조와 교육이 잘못한 것이다.
4. 교육의 잘못은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 사실 이 법안의 기획도 작년 하반기의 ‘공공의대 설립 논쟁’에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공공의대 설립 논쟁’의 본질은 지역 간 의료여건의 격차가 극심하고, 특히 소외지역의 경우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도 제대로 받기 어려울 정도로 물리적 접근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그런 기본권 침해의 문제에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하여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대안으로 낸 것이었지만, 이후 의료계의 전방위적 공세를 받으며 전체적인 논쟁의 방향 자체가 공공의대 학생 선발의 공정성에만 천착되고 말았다. 마침 등장했던 ‘전교1등 카드뉴스’는 당시 그 본질의 함몰이 만든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공공의대 설립 추진은 결국 중단되었다. 설령 중단되지 않았을지라도, 이미 정치적으로 너무나 많이 소모되고 말았다. 문제는 논쟁을 처음 촉발했던 본질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했다. 공공의대 논의가 멈췄다 한들, 의료여건의 불평등까지 온존해서는 아니 되지 않겠는가.
4-1.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은 제3의 길이었다. 나는 다음의 두 가지 전제를 확립한 채 대안을 찾았다. 첫째, 소외지역에의 별도 배치 및 의무 복무가 지금 당장 어렵다면 일단 도시지역 편중을 강화해왔던 요인이라도 제거해보자. 둘째,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지금 당장 어렵다면 일단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일단 의료인 양성과정 전반을 추적하며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요인을 찾았다. 선행연구를 참고하며 지역적 연고가 각 전문직의 활동(복무) 지역을 선택하는 데에 큰 기준이 됨을 확인했다. 이에 다른 변수는 제거한 채 각 의료인이 양성과정에서 지역적 연고를 가질 수 있는 순간에 주목했다. 전문의를 기준으로 출생지, 고등학교 소재지, 의과대학 소재지, 수련병원 소재지(인턴/레지던트), 기타 지역 등 최대 5~6가지의 변수를 고려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지역 연고 변수의 역동성이 높아 이후의 활동 지역 선택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의과대학 입시 과정을 파헤치기로 했다.
4-2. 기본적으로 전국 어느 의과대학이든 수도권 출신 학생의 수가 비례적으로도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전형 불문하고 N수생 지원 및 합격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폭 늘면서 최종등록자 출신지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했다. 지방의대만 하더라도 수도권 출신 학생은 대부분 40% 이상을 차지하고, 지역인재전형으로 보정되는 몫을 제하고 나면 최대 70% 정도까지 비율이 급증하기도 한다. 하물며 지방 거점 국립대일지라도 의과대학 최종등록자 중 해당 지역 출신이 전체의 절반조차 되지 못하는 학교가 반이다. 그런 현실에서 지역인재전형은 출신 지역에 따른 과도한 특혜이기보다는 지역 의료의 마지막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전략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그런 최소한으로서의 지역인재전형마저 현행법의 빈틈으로 인해 악용되고 있었다.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는 국립대 의과대학 8개교 중 4개교에서 타지역출신자의 편법 입학사례가 확인되었고, 그 수 또한 2018학년도 5명에서 2020학년도 41명으로 8배나 급증해왔다. 특히 2020학년도 전북대 의과대학에서는 전체 지역인재전형 최종등록자 중 3분의 1에 달하는 학생이 전부 수도권을 포함한 타지역출신자였음이 밝혀졌다.
4-3.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역인재전형에서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이 선발되었을지라도 그들의 출신 지역은 또다시 해당 지역 내 비교적 활동 의사 수가 충분한 도시지역에 편중되어있었다. 각 지방대학 소재 지역 내 기초자치단체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 상·하위 50%를 기준으로 양분했을 때 인구수에 비례하여 지역인재전형으로 학생이 균형 선발되고 있는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전국적으로 보아도 최근 3년간 도시지역 출신 학생의 지역인재전형 합격 비율은 소외지역 출신과 비교하여 인구수 대비 21.9%p나 더 쏠려있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지금의 현상이 유지되기만 하더라도 앞으로 도시지역과 소외지역 간 활동 의사 수 및 의료여건의 격차는 결과적으로 더욱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앞서 세웠던 내 두 번째 전제는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을 가리켰다. 2020년도 국정감사 내내 의원님의 꾸준한 문제 제기와 공론화를 통해 마침내 이번 대안에 지역인재 요건 강화와 해당 지역 내 시·군·구 간 균형 선발 노력 의무 조항이 각각 포함될 수 있었다.
5. 한편, 이번 법안은 입법과정조차 상당히 흥미로웠다. 패스트트랙 등 특수한 국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입법은 소관 상임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법안소위에서의 합의 여부가 사실상 최종 본회의 통과까지의 가늠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 법안소위는 대부분 원내 교섭단체 의원들로만 구성되므로 우리 같은 소수당 비교섭단체 의원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법안소위 내 특급 도우미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기에 소수당으로서는 대체로 법안 통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법안은 교육부에서 검토보고 과정에서부터 줄곧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기에 다른 법안에 업혀 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5-1. 그랬던 법안에 다름 아닌 국민의힘 정찬민의원님께서 특급 도우미로 나서주셨다. 당연히 사전에 협의가 된 것이 아니었다. ‘지역균형발전’은 민주·진보계의 레토릭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게다가 정찬민의원님은 수도권인 용인시갑을 지역구로 두고 계셨기에, 그의 지원은 파격적이었다. 나중에 회의록을 확인해봐도 교육부가 반대하고 여당에서 우려를 표한 법안을 총대 메고 밀어붙여 통과시켜주신 것이었다. 이번 입법과정은 여전히 나에게 의아하다. 사회과학적 분석 틀로 섣불리 일반화할 수 없는 무형의 동인들이 우리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마구 작용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6. 이번 개정법은 보기에 따라 그저 사소하고 일상적인 개정사례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의 요건이 강화되고 시·군·구 간 균형 선발이 권고된다고 할지라도, 전반적인 의료여건과 의료공공성이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리 없다. 그러나 나는 이번 법안이 공공성을 잃어가는 의료인 양성과정을 처음으로 고발하고 조금이나마 개선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과열된 경쟁으로 편법까지 정당화되어왔던 의대 입시에 종언을 고하고, 지역인재와 의료공공성의 의미를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 지역 내 인적자원의 개발과 선순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이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교육 혁신 그리고 의료공공성 논의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P.S. 이번 글에 ‘1번’이라고 번호를 매겼다. 앞으로도 우리 의원님이 대표 발의하신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마다 법안의 배경과 나름의 해석 등을 담은 ‘입법이 끝나고 난 뒤’ 시리즈를 내보려고 한다. 꼭 의원님 법안이 아니더라도 꼭 기억하고 싶은 입법과정이 있다면 그것도 이런 방식으로 기억해보겠다. 의원님 법안 중에서도 이번처럼 내가 직접 기획하고 성안한 또 다른 법안을 기억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물론 내가 인턴 생활을 마치기 전까지 그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꼭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맡은 역할에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언젠가 돌아올 ‘2번’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