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다. 방과 거실, 주방만 오간다. 집에 있을 때는 마당에 나가지도 않는다. 암만 추운 날씨라도 오전, 오후 산책을 거르는 일 없는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며 쯪쯔, 한다. 한마디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그 '게으르다'는 말에 분기탱천하여 내가 절대 안 게으르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전쟁을 하곤 했지만 요즘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래, 나 게으르다. 그래서?'라든지 '부지런한 사람은 부지런하게 게으른 사람은 게으르게 살자'로 교통정리 했다.
어느 날, 내가 왜 이 문제에 그렇게 집착했나를 생각해보니 부지런함 = 선함, 게으름 = 악함, 이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탓이었다.내가 학창 시절을 지내온 그 시절에는 사회분위기나 교육지침들이 그랬다.
사무실로, 집으로, 산책으로, 자전거타기로 늘 움직인다고 해서 부지런한 것이고, 삼시 세 끼 밥 차리고 장보기, 청소, 빨래는 내가 다 하는데 그것 외의 시간에 내 방에서 책읽는 내가 게으르다고? 겨울이라 얼어죽은 베짱이가 다시 살아나서 나보고 "이 바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게으르기에 바쁜 아줌마의 오늘 3시 풍경. 박성민 시조집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를 읽으며 내 시조 퇴고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