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샘 Jul 17. 2024

끈질긴 구애, 나를 흥분시켰다!

그 길엔 싱크홀이 있었다

지난 밤 꿈이었다. 어딘가를 흥분한 상태에서 급하게 달려가다 바로 앞의 싱크홀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용케 피했지만 싱크홀은 연이어 일정한 간격도 없이 나의 목적지 앞에 어수선하고 위험하게 있었다.


오늘 이 글을 쓰려고 꾼 예지몽 같았다. 싱크홀, 빨리 갈 땐 위험이었지만 천천히 가면 모험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꿈말이다.


퇴직하고 나에게 가장 끈질기게 그러면서도 쉽게 구애를 한 곳은 다단계업(직접판매업)과 보험업이었다. 두 곳 모두 경험은 없지만 선입견은 강한 곳이었다. 당연히 난 우월한 종자처럼 수차례 보내는 그들의 구애를 뿌리쳤다. 거절의 이유는 누구를 설득해서 무엇을 판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 그리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반대였다. 지인들은 왜 굳이 그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조언을 구할 때마다 많은 실패사례와 난감했던 경험들을 들려줬다. 그런 이유로 나의 거절은 더 힘을 얻었다.


계속 일을 구하고 있었음에도 보험업은 나의 시누에게 받은 영향이 컸음이었는지 끝까지 발을 들여놓진 않았다. 한때는 그렇게 거절할 수 있는 자신이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단계업은 달랐다. 잊을만하면 연락을 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그리고 꾸준히 손을 내밀었다.


그럴싸한 일을 찾다 좌절을 경험했던 탓인지 그 구애에 나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거절하나?'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집요하게 만들었나?'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할 무렵 나의 가정경제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벌이 수익가정임에도 이전의 더블인컴의 소비구조가 아직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말하자면 들어오는 건 1,000원인데 나가는 건 2,000원인셈이었다. 모아둔 것들이 바람이 새어나가듯 보이지않게 사라져갔다.


나는 드디어 손을 들고야 말았다. 그들은 집요했던 구애만큼 서서히 바라는 것이 많아졌다. 나의 과거의 스펙과 현재의 자산구조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하면 제대로 해보겠다는 돈키호테적 기질이 있는 난 언젠부터인가 저절로 가속기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들은 끈임없이 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외국에서 일년에 몇 달은 돈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인생을 만들고 싶지 않냐며 자신은 그렇게 살고 있다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일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았다. 함께 사업을 하는 이들은 열정부스터마냥 나를 들썩이게 했지만 나의 지인들은 차가왔다.

'왜? 네가 하필 그 일을 해?'

살아오며 부탁을 들어줄 지언정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다가갔지만 그들은 나보다 이미 이 분야에서는 선배였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왔다 간 것이었다.


난 결국 손을 들었다. 그 길에 싱크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무작정 달리다 몇 번의 아픔을 겪은 다음에야 멈춰섰다. 그 사연을 여기에 다 쓰려면 읽은 이들이 지칠 듯하여 생략하련다. 결론은 조금 늦더라도 조금 어렵더라도 천천히 나에게 맞는 길을 가기로 했다. 시간과 자본이 투입된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 거기서 돈을 벌어 성공을 해보겠다는 이 땅의 수많은 중년들을 보았다.  시간과 건강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득 부어주는 그 곳에서 아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단계업(직접판매업)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단지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긴 휴가를 마음 놓고 가기 위해서 아니었나보다.


오늘도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인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그 길엔 싱크홀이 있다고. 빨리 가면 위험하지만 천천히 가면 즐거운 모험이 될 수 있을거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