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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샘 Aug 26. 2024

아이들때문에 이사를 가려고 한다면

명문대라고 하는 곳을  나란히 보내고 든 생각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때 남편이 그랬다.

-우린 스카이 보낼 생각 말아야지. 뭐 한게 있어야 그것도 바라지.

하긴 부부는 일만 하고 애들은 지들끼리 밥 챙겨먹어가며 컸다. 동네 학원을 간 이유도 부모퇴근시간 전까지 비는 시간이 많아 안심차원에서 보냈다. 그것도 태권도, 미술, 피아노 학원으로.

남들 다 보낸다는 영어학원,수학학원은 너무 어릴 때 스트레스 주면 안된다는 소신으로 안보낸다했지만 실은 뭐 학원에서 배울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걸 보내냐는 마음이 더 컸다. 

학창시절 공부 좀 해본 부모의 공통점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공부한 남편은 과외도 했다지만 난 참고서 한 두권 보고 명문 대학간 개천에서 나온 용같은 존재다. 그러니 코흘리개한테 뭘 가르친다고 돈을 받나 싶어 영수학원은 기피대상처럼 여겼다. 


그러다 아이들이 초 5, 초 6학년이 되었다. 

내가 살던 곳은 집값은 죽어라 안오르는 동네였지만 교육열은 하늘을 찌른다. 몇 정거장만 가면 사교육1번지 강남이 있는 곳이라서 더 그랬던것 같다. 영어유치원을 다니던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자 강남으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게도 강남발 정보가 들리기 시작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지금 사는 곳에서도 영수학원을 안다닌 아이들을 강남으로 들여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일로 인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여자 사무관을 만났다. 대한민국 사무관이 얼마나 바쁜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강남으로 이사를 갔는데 도무지 정보가 들어오질 않더란다. 엄마들 모임에도 끼어주지 않았단다. 한동안 애를 써보았지만 넘사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이를 정신무장시켰단다. 다행으로 아이는 강남에 잘 적응하고 열심히하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공포를 갖지말고 강남으로 입성해보라고 권했다. 


드디어 집이 팔렸다. 어머님이 평생 힘들게 살아서 마련한 주택이 팔리고 우리는 잠시 근처 아파트에 둥치를 틀었다. 전세라는 것이 언제든 나가야하는 운명이다 보니 우리의 엉덩이가 자꾸 들썩거렸다. 이사에 대한 고민은 주로 강남 대 비강남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비강남에서 매력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강남어디로 갈 것인가가 큰 고민이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쓸어모아 대출 좀 당기면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는 갈 수 있었다. 몇 개를 물망에 올려놓고 하루에도 수십번 부동산사이트를 들락거렸다. 



그저께 20년 강남살이에서 개나리아파트 재건축으로 크게 한 몫하고 이젠 드디어 반포1단지재건축으로 갈아탄 친구와 만났다. 몇 년사이 그녀의 집값는 무섭게 올라버렸다. 일안하고 오롯이 애키우면서 부동산정보력으로 일궈낸 쾌거였다. 일한다며 애들 건사못하고 재테크도 어리숙하게 해온 나로썬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그렇다고 별나게 있는 티도 안내고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그녀가 그랬다. 

-너는 성공한 거야! 여기 강남에서 세 살때부터 뺑뺑이를 돌려도 거길 못보낸 사람이 수두룩해~

그녀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다. 아이 둘이 명문대를 간 이후에.

-그 때말야, 내가 여기 판교 안오고 강남으로 갔음 집값은 어마 올랐겠지? 

맞다. 살던 곳에 아파트를 사두고 이 곳 판교로 건너왔지만 둘을 합쳐도 강남을 못따라간다. 

-그랬다면 집값은 올랐겠지만 니네 아이들 둘다 명문대는 못갔을거다. 


역시, 친구의 분석은 늘 정확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경쟁적 공부를 시키지 않은 아이들을 갑자기 강남으로 입성시켰다면 아마도 아이들은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거다. 이미 초등학교때 중고등학교 영어와 수학을 공부한다는 아이틈새에서 매일 자기 머리를 뜯고 있었을 게 뻔하다. 


전세 아파트에서 강남이사를 고민할 때 지금 이사온 동네에서 뜻하지 않게 주택분양소식이 들렸다. 이전에 로또분양이라는 소문에 청약을 넣었다가 떨어진 곳이다. 이번에는 로또 청약이 아니라 내가 그냥 사면 되는 것이었다. 드디어 우리는 강남과 서판교를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론은 서판교였다. 


강남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직장다니는 내가 아이들을 그 곳에 풀어놓았다가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소멸될 것 같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학습을 시켜온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한거라곤 책읽는 것 밖에는 해준게 없는 아이들에겐 무리였다.


서판교는 시골같았다. 외국도시같은 분위기에 세련된 비쥬얼의 사람들이 넘치지만 동네는 강남과 달랐다. 별나게 공부 많이 안 시키는 것을 자랑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아이를 이 곳 저 곳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사람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돌았다. 그래서 편했다. 물론 이 곳도 일부 아이들은 여기 저기 학원을 많이 다닌다. 하지만 다들 실력이 거기서 거기니 크게 아이들이 낙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주 뛰어난 아이들은 강남학원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자존감을 키우며 스스로 학원을 찾고 공부양을 정한 아이들은 지금 다들 부러워하는 명문대에 나란이 들어갔다.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부러워하는 것조차도 피로감이 느껴지는 친구에게 그랬다. 

-강남을 안가고 이 곳에 왔으니 애들이 원하는 대학을 간게야. 그치? 

친구도 동의했다. 자신이 있는 그 피터지케 살벌한 곳에선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크질 못했을거라는 걸 아는거다. 


오늘 아이들 통장 장학금 신청서를 쓰며 이 글을 남기고 싶어서 급히 써본다. 

성적증명서를 보니 두 아이 모두 학점이 4.0을 쑥 넘었다. 기특하다. 


만약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이사를 고민한다면 아이들이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꼭 권하고 싶다. 물론 우리 아이들과 다르게 비강남권에서도 알차게 선행을 시킨 아이들이라면 다르지만 말이다.

자유롭게 뛰어놀고 편하게 책잃으며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라면 너무 경쟁이 센 곳으로 가지 않길 권하고 싶다. 


이유는 자존감때문이다. 

요즘 주변에 열심히 하는 애들이 마음만큼 성적이 안올라 우울증약을 먹네 전학을 가네 자퇴를 하네 하루에도 수십번 악을 쓴단다.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가니 자존감이 바닥상태란다. 

자존감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에겐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

공부에 눌려 좌절하는 것도 필요한 경험이겠지만 좀 더 비경쟁적인 환경에서 키워진 자신감과 자기 확신은 앞으로 그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게될 모든 상황에서 아주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이사할 때 학원 많은 곳, 아이들이 공부많이 한다는 곳  그런 곳은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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