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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링jk Oct 20. 2021

그래서 독한 이야기가 되었냐고

취한 자의 마지막 변론 

 

취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매우 매우. 

취한 사람 특유의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눈빛과 

알아 들을 수 없는 중언부언들.. 

그리고 최악은 술 취해서 

한 짓을 기억까지 못한다면, 

두말도 않고 손절감이다. 


나는 취하면 그냥 잔다. 자거나 집에 간다. 

취하면 술이 더 들어가질 않는다. 

술을 즐기지 않아서 다른 것에 

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나?

취하고 싶은데 술은 죽어도 안 들어가니까  

그래서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것을 

경험하려는 경향이 있나? 

그런 경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한 적도 있긴했다. 


독배를 마시듯 나이를 홀짝이며 

나름대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술 아닌 것에 만취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연애, 글, 성향에 잔뜩 취해 

혼미하게 보내다가도 

그 틈새를 채워주는 일상으로 

해장하는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      


내 순간들의 파편을 모아보며 

끝없는 자기검열이 있었고 겁도 났다. 

비난 받으면 어떡하지, 

무가치한 쓰레기 조각이 되면 어떡하지.      

쓰면 쓸수록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 

뭘 얘기하고 싶은걸까?


끊임없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내 인생을 보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라이? 별것도 아닌 얘기 길게 하네? 

인터넷 픽셀 낭비하네?


그리고 떠오른 한 단어는 ‘그냥’ 이었다. 

그냥 태어난 것처럼 

이 글도 그냥 쓰였다.

그냥 이렇게 살던 사람이 

그냥 쓴 글이다. 

따뜻한 맥심커피처럼 

마일드함과 감기는 맛의  

산문들이 많은 가운데서 


여기 이런 사람이 살고 있다!!! 

이런저런 짓들을 하며 잘도 숨쉬고 있다!! 

하고 존재증명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내 기억을 더듬고 

지나온 사람을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주워섬겨보며 현재와 흐를 시간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언제 또 혀가 쪼개지는 것 같은 

쓴맛에 홀딱 빠지게 될까 싶다. 

마조히스트로 잠시 살아보니 

고통도 즐기게 된 걸까? 


여기까지 읽어준 여러분이 있다면, 

내 존재가 여기 있다는 것을 

한번 더 알게 되었으니 

매우 매우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뇌와 오감을 물렁물렁하게

만들어줄 주(酒)종을 

오늘도 찾아 나선다.      


독했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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