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억울한 옥살이도 견디게 한 힘
화성 연쇄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분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감옥 생활을 견디게 한 힘은 ‘어머니’였다고 고백했다.
20대 초반에 감옥에 가게 됐고 어머니는 그가 10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던 어머니가 그토록 큰 힘이 됐다니 놀랍기만 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힘이 이런 건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눈물부터 쏟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내 출판시장을 조사해 보니, 실제로 ‘어머니,’‘엄마’ 단어가 포함된 제목을 가진 책이 ‘아버지,’‘아빠’보다 50% 정도 더 많았다. (희한하게도 ‘할머니,’‘할아버지’가 들어간 제목 책 출판량은 서로 비슷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기니 ‘할머니’ 책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어머니 사랑'은 거의 세계 공통이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1위가 ‘Mother’였단다. 그럼, 2위가 ‘Father’냐고? 아니다. ‘Father’는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아버님들, 분발하세요~)
얼마 전 봤던 프랑스 작가 <데이비드 자민>의 그림에서도, 화가는 한 구석에 작은 별을 하나씩 그려놓았는데 늘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어머니’ 라고 했다.
3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50대의 화가가 그림마다 추억하고 있으니, ‘어머니’란 참으로 위대한 존재이다. 그러니 억울한 20년 수감생활을 견딜 힘까지 줄 수 있나 보다.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내게 그런 존재는 아니라 좀 아쉬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아니어도 혹시 그리워할 누군가만 있으면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걸까?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없진 않았다.
그리운 사람은 없어도 '그리울' 사람은 몇 있었다.
사실 멀리 있지도 않았다.
바로 내 옆에서 숨 쉬고 있었다.
갑자기 그들이 많이 고마워졌다.
나와 함께 밥 먹어줘서 고마웠다.
운동 싫어하는 내게 걷자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내가) 너무 지쳐서 멍하니 앉아있을 때, 아~주 가끔은 빨래를 대신 널어줘서 고마웠다.
그들을 그리워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여.기. 내. 옆.에. 이.렇.게. 살아있어 줘서
정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