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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전하는고양이 Sep 26. 2024

월급과 너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어.

금방 가버려도 좋아. 또 볼 수만 있다면.

학생 신분을 벗어던지고 직장인 옷을 입은 이후, 난 쳇바퀴 같은 '월급의 굴레'를 쓴 채 살았다. 


내 머릿속에 ‘월급’이란 단어가 없었던 적이 과연 있긴 했나. 도무지 '월급'이란 단어에 빠져나갈 틈 따윈 없다. 딱히 틈이 있다고 해도 나갈 마음이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월급의 주체가 달라지거나 없어진다면 또 모를까. 




사진: Unsplash의 Serkan Yanık


이번 달 역시 한 달 내내,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매일 기다렸어.




솔직히 말하면 지난달 월급을 받은 다음 날부터 난 또다시 월급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특별히 사야 할 게 있는 것도, 여행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데. 물 마실, 뺄 시간조차 없이 바쁜 날에도 머릿속 마음속 한구석에 월급의 자리는 있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날. ‘띠링’ 핸드폰에서 은행 앱 알림이 울렸다. ‘아! 기쁘다. 어떠한 수식도 필요 없다. 그냥 기쁘다.’ 그 순간 시간은 느릿느릿 흘렀다. 월급과 만난 기쁨을 슬로 장치를 써서라도 길게 느껴보라는 나름 직장인의 월급날 한정 기본값이 작동했다. 이후로도 ‘띠링’, ‘띠링’, ‘띠띠띠링’. 은행 앱 알림은 계속 울렸다. 벌써 세 번째, 아니 겹쳐 울린 적도 있으니 한 다섯 번쯤 되는 것 같은데…. 그렇다. 달콤한 시간은 진작 끝이 났고 카드회사, 보험회사, 정기 결제 등등 월급을 기다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난 또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기로 했다.


어떤 달은 그 수고가 고되기만 한 적도 있었지만, 월급을 만나기만 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피식피식' '실실' 웃음이 샜다. 더 많은 월급을 바라기도 했지만, 비록 적을지라도 받는 순간의 기쁨은 있었다. 그 기쁨과 맞닥뜨렸을 때, 온몸에 묘한 전율이 일었다. 기다림 끝에 맛보는 전율의 쾌감은 다음을 그다음을, 또 그다음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사진: Unsplash의 Djim Loic


있잖아. 너도 그래.




넌 나에게 ‘월급’ 같은 사람이었다. 무얼 바라고 널 기다린 적은 없었다. 네가 가진 마음의 크기도 중요치 않았다. 나보다 ‘더’를 꿈꾼 적, ‘나만큼’을 바란 적이 있긴 하지만 나보다 ‘덜’이라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없는 거보단 나으니까. 너를 보기 위한 모든 수고와 기다림은 널 보기만 하면 눈 녹듯 사라졌다. 


널 위한 수고와 기다림 앞에 시간과 값의 숫자는 아무런 힘도 쓰질 못했다.





금방 가버려도 좋아. 또 볼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언제든 널 기다리고 찰나의 기쁨을 맞을 테니까.

나도 네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잠깐으로 하루를 버티게 있는 그런 기쁨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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