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바람이 불었다
콧잔등 위로 엷게 피어난 땀방울과
땀을 부르는 계절은 날아갔다
이마 군데군데를 덮고
약간의 아래 눈동자까지 내려와 있는 머리카락,
바람에 꿈틀대는 갈라진 앞머리 사이로 조각난 눈동자가 보였다
조각난 눈동자를 본래의 모습으로 이어 붙이느라
생각보다 더 오래,
맞은편 눈은 조각난 눈을 바라봤다
머뭇거리는 발걸음, 등 뒤에 붙은 얼굴의 앞면
질척거리는 봄날 그리고
숫자를 알 수 없는 어느 페이지
조각난 눈에선 때 이른 매미 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겠다는 기대
형형색색 꽃잎과 피어나겠다는 기대
쪼로록쪼로록,
조각난 눈에선
얼음이 곱게 갈린 슬러시를
빨아먹는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봄날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울긋불긋한 들판이 푸르름으로 짙어지고
성가신 재채기가 굵은 빗줄기에 씻겨 나가고
머뭇거리는 발걸음, 등 뒤에 붙은 얼굴의 앞면
질척거리는 봄날 그리고
숫자를 알 수 없는 어느 페이지
그들이 모두 사라지면
매미 소리와 함께 오겠다고
조각난 눈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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