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로 돌아왔다. 긴 시간 동안 이 공간을 일상에서 배제했는데, 드물게나마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구독을 해준 사람들이 있다는 게 고맙고 신기하다.
그동안 내 일상들은 다른 공간에 업로드했다. 특정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순수한 의도로만 시작한 것도 아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좀 더 키우고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다.
다른 플랫폼에 내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온라인 친구들과 내적 친밀감이 쌓이고 꾸준힌 교류가 생겼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양가적인 마음이 든다.
'다 알아주면 좋겠지만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다'
아무런 유대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글을 쓰고 싶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찾아온 게 브런치다. 하다 보면 다시 진득한 소통을 그리워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지금의 생각대로 살고 싶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친해지면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걸 느끼는 시기가 오면 이렇게 나만의 공간으로 도망을 친다. 그 공간은 때마다 다르다.
영혼의 단짝 같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고 싶어 하면서 독립된 영역은 철저하게 지키고 싶어 하는 인간. 늘 상대에게 따스하지만 틈을 내어주지 않는 인간.
잡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살고 싶다는 욕심 아래 일복이 차고 넘치는 분야를 갈망한다. 쉽지 않다. 하나라고 생각했던 목표물은 잘게 흩어져 나의 모든 과정들에 장애물이라는 이름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난 그것들을 캐내고 치워야 했다.
힘에 부칠 때쯤 함께 걸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혼자 하면 고난, 같이 하면 추억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때마다 철저하게 고독의 시간이 필요한 나는 혼자가 편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서운해할 속마음이다.
파편에 집중하다 최종 목적지에 대한 시야는 흐릿해진다. 먼 길을 보면서 동시에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니, 인간이 가진 두 눈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다.
현타와 긍정마인드 사이를 수없이 널뛰니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때가 있다. 다시금 예쁜 말로 다듬고 아름다운 시선을 가질 채비를 한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방향. 겨우 바로 잡아 도달한 곳이 도착점인 줄 알았는데 다시 출발선.
한동안 이런 것들에 괴로워하다가 삶의 종착은 죽음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전부 과정에 불과한 날들. 날 괴롭게 했던 건 지나친 의미부여와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었다. 사람들이, 파편들이, 외로움이 날 괴롭힌 게 아니었다.
여전히 매일 깨닫고 성장하는 중이다. 부딪히고 이뤄낸 경험들을 생각하며 또 일어서서 걷고, 그러다 뛴다. 하다 보니 해냈고, 그러다 보니 또 한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공간 역시 사찰하고 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마인드로 왔다. 구더기 따위 이제는 감흥도 없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만나는 일은 설렌다. 올라갈 때는 목표물을 올려다보며 힘을 뺄게 아니라 나아가는 발소리에 집중할 것. 완성의 시작은 언제나 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