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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Jan 09. 2024

아이에게 스마트폰 보여주면 200만원 벌금?!

대만, 2세 이하 디지털 기기 사용 전면 금지. 한겨레, 1.8.자 보도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과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오늘 언론기사 중에서 핫한 기사를 봤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3361.html


"대만, 2살 안 된 아기 스마트폰 보여주면 벌금 207만원"


대만 입법원이 2015년 통과시킨 "아동, 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 개정안에는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부모에게는 최대 5만 대만달러(약 207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관련 조문을 보지는 못해서, 형사처벌로서의 벌금인지 아니면 행정적 차원에서의 과태료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아동, 청소년에게 디지털 기기의 노출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부모에게 금전적 제재가 부과된다는 점이죠.


소아과학회는 18개월 이하 영유아에게는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아야 하고, 18~24개월 영유아의 경우 가급적 좋은 영상물을 보여주되 부모가 함께 봐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렇게 위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끝납니다. 아이를 키워본 입장에서, 이러한 언론보도를 접하면 가슴 한 구석이 쓰리고, 조금 더 잘 키웠어야 했다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디지털 기기로부터 아이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카페와 식당 풍경은 어떠한가요.


가끔 스타벅스 등의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데, 아기와 엄마(또는 아빠) 둘이 카페에 온 모습을 흔히 봅니다. 어떤 가족은 아이컨택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떤 가족은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엄마는 엄마의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아기는 자기 앞에 놓인 아이패드의 영상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많이 힘들었겠지. 그러니 카페에 와서 잠시 자유(?)를 누리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각자의 삶이 길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카페뿐만이 아닙니다. 식당에 가면 어느덧 아기 앞에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가 놓여 있는 풍경이 제법 익숙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기가 먼저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을 보면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로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에서 보면, '아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꽤 많이 성숙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의 인권'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열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의 체력과 멘털이 충분하다면, 카페와 식당에서 아동 앞에 놓이는 아이패드의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 앞에 아이패드를 설치하는 부모의 마음은 절대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너는 너의 인생이고, 나는 나의 인생이다. 내가 배고프니깐 내가 밥 먹을 동안에는 너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겠다. 너는 그거나 보고 일단 기다려라."라는 고약한 생각을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육아는 현실이고 장기전입니다.


한 끼의 식사, 하루의 육아에는 최선을 다하여 나의 모든 역량을 다 쏟으면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지만, 현실 육아는 그럴 수 없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잠시 밥 한 숟갈 떠야 하는데, 그 순간에도 아이가 온순하게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 순간 가장 편리한 것이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되는 것이죠.


일단 편해집니다. 잠시나마 보호자에게도 아기에게도 평화가 찾아옵니다. 평화가 주는 행복은 무척 달콤합니다. 그래서 다시 찾게 됩니다. 이번에는 부모가 먼저 보여주고, 다음에는 아이가 보여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과 맥락에는 "불가피함"이 녹아있습니다. 부모가 원해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이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어쩔 수 없는 맥락이 있는데, "부모"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위와 같은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우선, 외출이나 외식할 때에도 아이와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체력과 멘털을 가질 수 있도록 'Refresh Time' 등의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루애 한 시간 아니 30분이라도 양육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 수 있는 등 자신만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Refresh Time'을 가질 수 있도록, 일시 가정 보육맘 같은 인력과 재정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득기준이나 양육자기준 등을 엄격하게 따지지 말고, 보호자라면 누구든 국가에 'HELP'를 외치면 한 시간 정도는 큰 부담 없이 그리고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기고 자신의 몸과 멘털을 Refresh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육아를 '의전'이라 생각하면, 챙겨야 할 외출용 아이템이 생각납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도 육아는 의전과 비슷하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엄청 높은 분을 모시고 외출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분이 읽을 신문이나 잡지를 챙기게 됩니다.

그분이 심심하면, 우리에게 말을 자꾸 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괴로워 지니까요.



저는 아들과 외출을 할 때 가장 먼저 레고를 챙깁니다. 수많은 레고가 담겨 있는 큰 상자에서 하나를 고릅니다. 카페를 가거나, 기차를 타거나, 식당에 갈 때, 레고 봉투를 아들에게 꺼내 줍니다. 아들은 레고를 만들고, 저는 그때 메뉴를 주문하거나 필요한 일을 합니다. 동선이 길어 레고만으로 부족하겠다 싶으면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더 챙깁니다. 심심한 순간을 참을 수 없는 아들에게 필요한 아이템들입니다.


레고와 스케치북 덕분에 제 아들은 식당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 아들도 엄청난 유혹을 거의 이겨낸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필요할 때만 쓰는 것", "TV도 정해진 시간만 보는 것"으로 인식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노출한다고 그 부모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보호자의 인권'에도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외출용 아이템을 챙길 수 있는  보호자의 '센스'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외출용 아이템을 전혀 챙기지 못했을 때에는 편의점에 있는 "킨더조이" 장난감 한 두 개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킨더조이"는 꽤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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