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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복직이야기, 아들의 성장이야기.

성장과 성과로 채워진 시간.

by 민법은 조변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브런치 독자님 그리고 작가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정말 오랜만에 "진짜 육아를 위한 자기소개서"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405


지난 글은 "07화 아들은 이제 초등 2학년, 아빠는 이제 박사 2학년."이었습니다.

격려 댓글을 남겨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은 "08화 아빠의 복직이야기, 아들의 성장이야기."입니다.


1. 아빠는 새로운 환경이 힘겨웠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3월 4일 월요일, 다시 회사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3월에 박사과정 2학기도 시작했습니다.

화요일 저녁에 "입법학연구", 토요일 오전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연구"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편, 육아휴직이 끝났다고 해서 살림과 육아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익숙했던 살림과 육아를 더 이상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도, 공부도, 살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지켜낼 수 없는 혼란과 혼돈의 3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지내는 것처럼 글을 쓰기도 했지만, 지난 3월은 참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익히는 것도, 새로운 수업에 출석하는 것도, 줄어든 시간에 살림과 육아를 챙기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밥을 할 여유가 없어서, 3~4월에는 햇반을 먹으며 지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도 했고, 이마트에 돌아와 새벽 1시까지 수업 발표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가장 부족한 것은 "잠"이었습니다.

푹 잘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 30분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조금 더 노력을 해야 주어진 업무를 겨우 다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5시에 일어나서 9시 수업을 위하여 6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늦잠을 푹 잘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밤 10시, 아들이 잠들고 나면 장을 보거나, 대학원 수업 준비를 하거나, 소논문 작성을 했습니다. 늘 잠이 부족했습니다.


2. 아들은 나름 잘 적응하고 잘 크고 있었습니다.


아빠에 비해 아들은 2학년 1학기를 잘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비교적 잘 지냈습니다.


다니고 있던 영어학원, 폴리어학원 GT1반에서 3월부터는 MGT2반으로 승급을 했습니다.

많은 친구들과 다 함께 승급을 한 것이라서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면서 잘 다녔습니다.


물론, 아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3월부터는 아빠가 곁에 없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혼자서 돌봄 교실에 가야 했고, 영어학원 끝나고 내리는 셔틀버스에서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혼자서 우유를 사 먹고, 혼자서 피아노학원에 가야 했습니다. 아빠와 수십 번 연습한 동선이지만, 혼자서 이동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월에도 70권, 4월에도 70권의 영어동화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이번 3월에 승급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겨울방학에 영어동화책 100권을 읽을 덕분이었기 때문에 매월 70권을 읽기로 약속했습니다.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저녁밥 먹고, 학교 숙제하고, 학원 숙제도 한 다음 영어동화책도 2~3권을 매일 읽었습니다. 주말에는 하루에 4권씩 꼬박꼬박 읽었습니다.


그렇게 3월과 4월을 열심히 보낸 덕분에, 5월 승급시험에서 다시 S2반으로 승급을 하게 되었습니다.

3달 만에 다시 승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는데, 그 어려운 것을 제 아들이 해냈습니다. 매월 70권 내외의 영어동화책을 읽으면서 매월 0.2씩 SR 점수를 올릴 수 있었고, 승급시험도 꽤 잘 본 덕분에 3개월 만에 연속으로 승급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아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매일 귀찮고 힘든 시간이지만, 꾸준히 그 시간을 견디면서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도출된다는 그 평범한 교훈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잘 계획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점이 아빠의 입장에서 참 기뻤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영어동화책을 챙겨 읽고 있습니다.


3. 아빠에게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세 번째 소논문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공공기관의 내부규범관리에 관한 실증연구를 하였습니다. 공공기관의 내부규정은 알리오 공시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어 있으므로, 누구든 접근할 수 있고 누구든 연구할 수 있었지만, 내부규범관리에 관한 선행 연구는 전혀 없었습니다.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 법무를 총괄했던 경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법제업무를 하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20개 공공기관의 내규관리규정 현황과 구조를 분석하였고, 법제실무에 적합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비교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데이터 분석은 엑셀파일로 하였고, 엑셀파일로 도출되는 시사점을 40페이지에 걸쳐 소논문 초안으로 완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법제연구원에 4월 말에 투고했습니다.


6월 중순에 "게재 가능"을 통보하는 메일이 왔습니다. 사실 법학, 특히 행정법 분야에서는 RAW DATA에 기반하여 작성된 논문이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투고한 논문이 과연 기존의 연구 질서에 부합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는 실무적으로 충분히 참고할 연구결과라고 생각하더라고, 그 연구결과가 기존의 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면, 게재가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법제실무의 관점에서 고찰한 공공기관의 내규관리법제"라는 소논문은 등재지인 "법제연구"에 게재가 확정이 되었고, 오늘 최종 수정본을 JAMS 시스템에 업로드했습니다. 다음 주에 최종 편집본 검토를 마치면 "법제연구"라는 등재 학술지에 저의 세 번째 논문이 실리게 됩니다.


과거 회사에서의 업무경험과 현재 회사의 업무경험을 토대로 실증분석이라는 독창적인 연구가 기존의 질서에 부합하는 성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참 기뻤습니다. 저만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저만의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여도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참 기뻤습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169


4. 아들도 아빠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6월이 되면서, 제 아들도 저도 조금씩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비하면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도 꾸준한 노력에 대한 성과가 있었고,

아빠에게도 치열한 노력에 대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노력은 저희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노력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어느덧 여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빠에게도, 아들에게도 힘겨웠던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빠도 아들도 잠이 부족하여 아침마다 힘들게 일어났지만,

피곤하지만 조금 더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견뎌냈습니다.


아들도, 아빠도 견디면서 그 치열했던 봄을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여유로운 여름을 아빠와 아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도 공부도 살림도 육아도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겠습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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