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빨래를 꼭 돌린다.
요즘 월화수목 중 퐁당퐁당으로
아내랑 교대로 야근을 한다.
야근을 하면 그것대로 고단하지만,
일찍 집에 오면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아들과 저녁을 먹고,
아들의 숙제를 챙기고,
아들을 씻기고 치실까지 해야 한다.
그 사이 사이에 밀린 집안 일도 해야 하고,
저녁 식사도 치우고 식기세척기도 돌려야 한다.
나는 빨래를 돌린다.
하루 쯤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늘 돌린다.
그래야 아내가 내일 저녁 조금이나마 덜 바쁠 것이다.
조금 더 손이 가는 저녁 메뉴를 내가 차린다.
써브웨이 같이 조금 더 간단한 메뉴는 아내의 저녁이 되도록.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이 젤 좋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저녁 시간이 덜 힘들도록 신경을 쓴다.
아내가 그것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투박한 방법이긴 하다.
야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싱싱장터에 들러서
오이랑 토마토랑 오이소박이를 산다.
오이소박이는 아내가 참 좋아하는 반찬이다.
아들과 먹을 저녁에 아내만의 반찬으로 오이소박이를 산다.